기자명 고종관기자
  • 입력 2017.07.25 15:27
일본의 섹스산업은 고령시대를 맞아 시니어를 위한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섹스인형 제조사인 동양산업 홈페이지에서 발췌>

일본에서 풍속산업이란 성과 관련된 산업을 말한다. 이른바 향락 또는 쾌락산업이다.

요즘 일본의 노인들이 풍속산업의 황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터넷에는 노인 전문 풍속사이트가 개설돼 소프랜드(일종의 섹스마사지), 성감마사지 등이 소개되는가 하면 ‘60세 이상 한정’ 또는 ‘시니어 할인’이란 달콤한 광고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성 산업이 인구의 고령화를 배경으로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고령자를 위한 성 산업의 대표적인 사례가 섹스로봇의 등장이다.

최근의 첨단기술은 인체와 흡사한 로봇을 만드는 데까지 진화하고 있다. 사람의 피부를 닮은 촉감과 탄력, 게다가 자극에 대한 반응은 물론 오르가즘까지 느낀다. 심지어 사용자와 감미로운 대화를 하고, 거칠게 접근하면 섹스를 거부하는 기능까지 담겨 있다.

기술의 바탕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다르지 않다. 시·청각과 감각을 통해 들어온 외부의 자극을 센서가 인식해 모듈화한 프로세스에 따라 반응하고, 행동한다. 인간의 신경계가 작동하는 원리와 같다. 결국 섹스로봇은 인공지능과 음성·시각·동작 인식 센싱 기술, 그리고 애니마크로 테크닉(주1)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모습을 완벽하게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섹스로봇은 첨단기술과 예술의 합작품(?)

섹스로봇은 이미 미국에만 4개의 제조회사가 있다.

선두 회사는 역사상 최초로 섹스로봇을 출시했다는 트루컴퍼니다. 이 회사가 1993년 개발했던 ‘Trudy’라는 이름의 로봇은 기능이 제한적이고, 모양도 거칠어 조악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설립자인 Douglas Hines는 전기공학과 IT 기술, 예술가, 메이크업 전문가를 동원하고,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입혀 최근 록시(Roxxxy)를 탄생시켰다. 여성을 위한 남성로봇의 이름은 로키(Rocky).

흥미로운 것은 이 회사가 추구하는 철학이 단순한 섹스도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 Douglas는 기술 지원을 받는 TC Systems와 협약을 맺고, 회사 간의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

TC System은 간병 로봇을 만드는 회사다. 여기서 생산된 로봇은 환자와 상호 작용하며, 의료진과 가족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간병 로봇은 원격진료와 건강관리를 위한 모니터링은 물론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이미 병원과 요양원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는 섹스로봇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를 가늠하게 한다. 의료 분야와 성인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서로 혼재하며 로봇시장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Douglas는 “말하고, 움직이고, 휴대할 수 있으면서도 감성과 개성까지 갖춘 안드로이드 로봇을 만들겠다”며 “궁극적으로 인간이 편하게 소통하는 동반자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펼친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외롭다고 느끼는 미국 성인은 1980년대엔 20%였지만 현재 40%로 늘었다. 또 65세 이상 노인의 3분의 1이 혼자 살고 있다. 사회적 격리는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이는 자살의 가장 큰 요인이다. 정신건강은 신체건강을 위협한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당뇨병과 심장병 발병 위험이 1.6배 높다는 통계도 있다.

섹스보다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인식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도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홀로 사는 노인이 약 600만 명에 이르지만 재혼하는 비율은 0.001% 수준이다. 75세가 되면 남성의 20%, 여성의 60%는 이별과 사별을 경험한다. 이들을 흔히 3무(無)세대로 표현한다. 무연고(無緣故), 무원조(無援助), 무전(無錢)이다. 여기에 요즘 하나가 추가됐다. 무염(無艶)이다. 해석하면 성적 빈곤. 성적 빈곤은 생식 기능이 떨어진 노인에게 단순한 섹스를 뜻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긴 여생을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살 수 없다는 ‘단절의 개념’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섹스인형 제조회사인 동양산업은 얼마 전 회사 창립 40주년을 맞아 전시회를 개최했다. 3주간의 전시회 기간에 다녀간 사람은 10만 여명. 40대 이상 고객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20대와 노인도 많았다.

인형은 로봇과 달리 상호 교감을 할 수는 없지만 예술로 승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머리와 팔-다리가 분리돼 보관이 편한 장점도 있다. 관절이 유연하고, 부드러운 피부촉감은 물론 머리카락도 매우 자연스럽다. 일본 도쿄 카츠시카 구에 위치한 공장에는 미술학교 출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얼굴조각가 등 26명이 제작에 참여한다.

성기는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탈착식이다. 포르노 여배우의 외형을 흉내 내 디자인하고, 내부에 윤활유와 진동 기능을 추가했다. 인형의 가격은 26만 엔에서 68만 엔 수준. 인공지능을 갖추면 가격이 올라간다고 여전히 고정식 인형을 고집하고 있다. 년 2000개 이상이 팔릴 정도로 성업 중이다. 여성용도 있지만 남성용 시장에 비해 규모는 5% 정도에 불과하다.

소비자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66%, 여성의 절반 정도가 섹스 로봇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여론 조사에선 응답자의 86%가 로봇이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섹스로봇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로봇의 쓰임새는 성매매로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책임 있는 로보틱스 재단(FRR, 주2)‘의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이 성매매 여성을 대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문에 사람들은 1~7단계의 척도조사에서 6단계인 높은 점수를 매겼다.

실제 지난해 런던 서쪽에 위치한 패딩턴에선 인류 최초로 로봇 구강성교 커피숍이 개점하는 하는가 하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선 섹스인형 매춘업이 문을 열었다. 손님은 127달러를 지불하고 1시간 접대를 받을 수 있다. 큰 가슴의 루미 인형 4개 종류 중 1개를 선택한다.

이를 근거로 일부에선 성과학 기술산업이 이미 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사회적 고립감 심화' 부작용 우려도

하지만 덩달아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로봇에 길들여지는 사람은 사회적 고립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람과의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을 회피하고, 편한 로봇과의 관계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여성(또는 남성)을 사물화할 수 있다는 논리도 편다. 여기에 외설적인 시각까지 갖게 될 경우 범법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 같은 윤리적 문제에도 ‘섹스로봇은 치료적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수발을 받아야 하는 노인이나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으로 발기부전, 또는 성극치감 장애가 온 사람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미 이 같은 장애자나 노인의 로봇섹스가 얼마나 치료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한편으론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입원하고 있는 양로원에서 로봇 인형을 사용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섹스는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바로미터다. 정기적으로 섹스를 즐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노화가 지연될 뿐 아니라 심혈관질환도 예방한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밝혀졌다.

특히 오르가즘은 엔돌핀(endorphins)이라는 행복호르몬을 방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엔돌핀은 뇌의 쾌락센터를 활성화시켜 심신을 이완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정서적으로 친밀감과 유대감도 강화한다. 결국 섹스가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줄이는데 더없는 보약이라는 것이다.

이제 로봇 가슴에 안겨 우리의 쓸쓸한 노후를 위로받을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주1)애니매트로닉스(Animatronics): Animate와 electronics를 조합한 단어로 특수효과를 나타내는 기술이다. 공룡이나 동물 등을 모방한 로봇을 컴퓨터로 제어해 골격이나 근육, 표정 등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연출한다.

(주2) FRR(Responsible Robotics, 책임있는 로보틱스 재단): 이름 그대로 로봇에 대한 윤리적, 정책적 조언을 하는 로봇과학자 집단이다. 200여 명의 저명한 로봇 학자가 회원이며, 로봇과 관련된 모든 주제에 대해 컨설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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