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07.29 05:00

투자여력 있는 대기업들 적극 진출해야 경쟁력 생겨

일본 로봇제조업체 ZMP가 개발한 자율주행택시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출시된다. <사진출처=DeNA DESIGN 블로그>

[뉴스웍스=박경보기자]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이 새로운 먹거리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정보통신(ICT) 산업을 주도했던 한국은 제자리걸음을 하며 뒤처지고 있다. 기업의 투자 환경을 억누르는 다양한 규제로 신사업에 자유롭게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4차산업혁명 관련 규제 혁신의 핵심은 현행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인데, 꼭 필요한 것만 규제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자는 의미다. 누구나 자유롭게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때까지 새로운 사업을 하는게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 자율주행차 개발로 앞서가는 일본

자율주행기술은 전기차와 맞물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먹거리다. 자율주행능력을 탑재한 전기차를 기반으로 전통의 자동차제조회사들의 시가총액을 단숨에 뛰어넘은 미국의 테슬라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이러한 시대흐름을 읽고 발빠르게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 로봇제조업체 ZMP는 지난달 중순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자율주행택시 출시계획을 밝혔다.

ZMP는 자율주행택시를 출시한 후 도쿄 택시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운용할 예정이다. 일본 택시업체들은 고령화 현상으로 택시 운전사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율주행택시를 반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ZMP는 “자율주행택시는 스테레오 카메라와 레이저를 통해 작동하며, 향후 관련 기술 및 부품을 완성차업체나 운송업체에 판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자동차시장 점유율 1위인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자국 언론을 통해 2020년 상반기까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기술을 확립하고, 고속도로에서 주행이 가능한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25일 보도했다.

도요타는 다양한 이종업계와 제휴를 늘리고 센서와 AI 기술을 획득하면서 자율주행기술 확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가속화시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뒤 상용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올해 4월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을 오프라인 상점에서도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도록 허용한 것과 세계 최초의 무인 택시 상용화를 시작으로 의료용 보조 로봇과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해 규제 장벽을 낮춰 기업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독려하고 있다.

◆ ‘차세대 AI 발전 규획’발표하며 AI와 드론시장 장악하는 중국

중국정부는 지난 24일 “2030년까지 AI의 이론 기술 응용 등 모든 방면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세계 AI 혁신 중심이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차세대 AI 발전 규획’을 발표했다.

중국정부는 2020년까지 중국의 AI 핵심산업 규모가 1500억위안(약 24조 7500억원), 관련 산업 규모가 1조위안(약 165조원)을 돌파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지난해 중국의 AI 산업규모는 지난해 대비 43.3% 증가한 100억 6000만위안(약 1조 6599억원)으로 그야말로 ‘폭풍성장’ 중이다.

중국정부의 AI 육성정책에 발맞춰 중국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레노버는 최근 AI와 증강현실(AR)에 기반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AI와 사물인터넷(IoT) 등에 향후 4년간 12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레노버에 이어 바이두도 ‘AI 올인’ 전략을 발표했고 징둥, 텐센트, 알리바바 등도 AI사업 확대에 나서는 등 민관이 하나돼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AI 시장 선점을 위해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 및 AI와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의 꽃이라 불리는 드론도 이미 중국이 독주하고 있다. 다장창신(DJI)과 이항(Ehang) 등 중국 드론 기업들은 원조인 미국 3D로보틱스가 규제로 발이 묶인 사이 세계 드론 시장의 80% 이상을 확보했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 드론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드론은 2014년 11,482.2%라는 어마어마한 성장을 시작으로 올 1~2월에도 1억9천만달러를 수출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8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패스트팔로어’ 또는 ‘카피캣’으로 치부됐던 중국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과 약 13억명의 소비시장을 등에 업고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패스트무버’가 됐다.

중국 드론 기업들은 원조인 미국 3D로보틱스가 규제로 발이 묶인 사이 세계 드론 시장의 80% 이상을 확보했다. 사진은 드론으로 택배운송을 하는 모습. <사진출처=픽사베이>

◆규제에 발 묶여 경쟁력 잃는 한국

반면 정보통신 분야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한국은 각종 규제로 인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극심한 기업 규제로 성장에 발목이 잡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실제로 국내에서 공장을 새로 짓는데 적용되는 규제는 35개, 수도권의 경우에는 39개에 이른다. 약 40여개에 이르는 높은 규제 문턱을 통과해야 기업은 비로소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까다로운 규제를 피하고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을 떠나는 ‘코리아 엑소더스’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최근 정치권에서 '경제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각종 규제 법안들을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20대 국회가 구성된 지난해 5월 이후 발의된 기업 관련 법안은 590여 건에 달하며, 이 중 70%가 기업의 경영활동을 제한하는 규제 법안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4차산업 주인공으로 보고 대기업은 규제 대상으로 보는 이분법적 관점은 문제"라며 "4차산업혁명은 대기업의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표심을 잡기 위해 대기업 규제를 내세웠지만 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들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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