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기자
  • 입력 2017.07.28 13:41

[뉴스웍스=허운연기자]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2호인 카카오뱅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업개시 25시간 만에 계좌개설건수가 30만건을 훌쩍 넘어서는 등 초반 성적이 놀라울 정도다.

28일 오전 8시 현재 카카오뱅크의 계좌개설건수는 30만500좌, 앱 다운로드 수는 65만2000건에 달한다. 수신(예·적금)은 740억원, 여신(대출)은 500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의 이 같은 실적은 16개 시중은행이 지난 2015년 12월부터 1년간 확보한 비대면 계좌개설건수가 15만건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며 가히 기록적이다. 카카오뱅크가 하루 만에 시중은행들이 1년 동안 확보한 계좌보다 두 배 가량 많은 실적을 낸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실적은 지난 4월 3일 문을 연 케이뱅크가 출범 100일만에 40만 계좌를 달성한 것과 비교해도 놀랍다. 케이뱅크는 영업개시 사흘 만에 신규 계좌 가입자 수 10만명을 달성했다. 3일째 수신계좌 수는 10만6379건, 총 수신금액은 약 730억원이며 대출액은 410억원을 기록했었다.

카카오뱅크의 약진에 대해 업계는 인터넷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낯설음과 편견이 첫 번째 주자인 케이뱅크보다는 적었던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풀이하고 있다. 편의성과 낮은 수수료, 낮은 금리 등 인터넷은행의 장점이 케이뱅크를 통해 입증되면서 고객들을 쉽게 끌어들였다는 얘기다. 또 카카오뱅크가 모바일 온리 전략을 구사해 스마트폰을 통한 가입만을 받은 것도 가입자를 늘리는데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카카오뱅크의 돌풍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이 같은 움직임이 은행권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촉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업 효과'가 지나면 일반적으로 가입계좌수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의 성적 보다는 3개월 이후의 흐름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단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에 이어 성공적으로 ‘이륙’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국회에서 발목 잡힌 은산분리(기업의 은행 소유 금지) 문제다. 은산분리는 금융회사가 아닌 기업이 은행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의결권은 4% 안에서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규제다.

은산분리 규제는 인터넷은행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대출이 늘어나면 BIS 비율을 맞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필수적이다. 지금의 규제라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설립을 주도한 KT와 카카오가 지분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분을 늘리지 못하면 대출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아무리 고객이 많이 늘어도 대출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인터넷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이 커지면 이 같은 문제점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관건은 가까운 시일 내에 해소될 수 있느냐에 있다. 은산분리에 대한 규제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인터넷은행의 성장은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다.

시대가 변하면 규제도 달라져야 한다. 카카오뱅크의 돌풍이 이런 규제를 완화하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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