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5.11.27 15:00
박근혜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10일 베이징 인민대회장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FTA체결을 공식 선언했다. 양국 FTA발효를 위해선 내달 2일이전 국회의 비준안이 통과돼야한다.

여야가 오는 30일 한·중 FTA 관련 여·야·정 합의체 회의에 이어 국회 본회의를 열고 비준안을 처리하는 데 합의했다. 다음달 2일까지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한·중 FTA의 연내 발효는 무산된다. 

연내 발효가 무산될 경우 여야 각자가 떠안게 되는 후폭풍은 크다. 여당은 청와대와 관계에서 체면이 서지 않게 돼 정치적인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한편, 야당은 국정에 비협조적인 '반대를 위한 반대' 정당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적어도 다음달 2일까지 비준동의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30일 예정된 본회의이전 여야간 물밑 조율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 막판 쟁점으로 재부상한 '무역이득공유제'

그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이 비준동의안 처리 조건으로 내건 '무역이득공유제'를 포함한 이른바 '5대 대책'이 막판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협상이 지연되자 새누리당과 정부가 새정연의 '5대대책'에 대해 전향적인 검토의사를 밝혔다. 

논란의 쟁점은 '무역이득공유제'다. 무역이득공유제는 한·중 FTA 발효로 창출되는 무역 이득을 농어업 등 상대적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에 지원금으로 쓰자는 내용을 담고있다.  

관세인하 효과 등으로 제조업 등의 수출이 증대되고 이로 인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반면, 중국산 농수산물 수입으로 우리 농어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무역이득공유제는 이같은 취지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 “위헌 소지 우려”, “현실적으로 불가능” 등 우려 쏟아져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선 '무역이득공유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책 자체가 현실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도입시 이중과세 및 위헌소지 논란까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단 FTA로 인해 창출되는 추가 무역 이득을 정확히 산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관련 업계에선 FTA발효시 이익산출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국가간 무역시 ▲관세인하 ▲R&D ▲경영혁신 ▲비용절감 ▲risk-taking 등 내적 동기와 ▲경기·시황·환율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개별기업 이익에서 FTA 이익만을 따로 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산업부 역시 “현실적으로 도입이 불가능하다”며 여야의 재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차관은 최근 한·중FTA와 관련 "(FTA이익금을 산출해낸다해도) 농어민을 지원할 경우 제조업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비례 평등원칙에 어긋나 위헌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대외정책경제연구원 등 주요 기관들 역시 이미 법인세를 납부한 기업을 대상으로 또 다시 이익의 일부를 거두어들이는 것은 ‘이중과세’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미 국가 재정을 통해 막대한 농어업 지원책이 시행되고 있고 그 재정에 조세납부를 통해 보탬이 된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이득공유제가 불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법으로 공유를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기업 중심으로 자발적 기부를 하도록 하면 농업과 산업계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 내년 총선, 연내 발효 압박 등으로 흔들리는 與, 눈치보는 정부

새누리당은 이 같은 무역이득공유제의 한계를 감안, 그 동안 줄곧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최근 김무성 대표가 입장 재검토를 지시하고, 일부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는 등 기류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결국 내년 총선에서 농어촌 표심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집권당으로서 반드시 연내에 발효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야권의 제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을 수도 있다.   

게다가 새누리당의 홍문표, 황영철 의원들은 지난 2012년이후 순차적으로 '무역이득공유제'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농업인구가 많은 경기도 이천에 출마를 준비 중인  같은 당 윤명희 의원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찬성의사를 표명한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역시 지난 20일 무역이득공유제 수용을 전제로 검토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한·중FTA가 국익을 위해 중요한 사항일지라도 위헌 소지가 있는 무리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득공유제 이외에도 중국 농산물과 차별화되는 농어업 기술개발자금 지원이나 재해 발생시 지원금 확대 등  장기적 안목에서 대안을 마련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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