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기자
  • 입력 2017.08.10 16:05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뉴스웍스=고종관기자] 문재인케어를 보면 ‘참 어설프다’라는 생각부터 든다. 무엇이 그리 급해 설익은 정책을 내놓았을까.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은 실타래처럼 꼬여있다. 의료공급자 시장과 시스템을 모르면 해결하기 쉽지 않다. 그야말로 전국민의료보험이 시작되고부터 수십 년 쌓여온 묵은 숙제들이다. 이를 덮어두고 보장성 강화부터 한다?

고종관 의료전문기자

이런 대목이 눈에 띤다. ‘비싼 비용을 내야했던 대학병원 특진을 없애겠다’ ‘상급 병실료도 2인실까지 보험을 적용하겠다’ ‘1인실의 경우도 입원이 꼭 필요한 환자에게는 건강보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측근 중에 암과 같은 중증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해봤는지 묻고 싶다.

우선 생명을 다투는 환자라도 원하는 병원에는 입원하기가 녹록치 않다. 중증질환일수록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 중에서도 빅5로 불리는 대형종합병원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집에 가서 입원실이 날 때까지 기다리라’니. 환자 가족은 눈앞이 캄캄해진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1인실도 좋다’고 해도 병실이 없단다. 만일 1~2인실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하면 아마 입원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전국 병원의 품질을 빅5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자신이 없다면 이런 정책을 쉽게 내놓아선 안된다.

또 문재인케어에선 특진을 없애겠다고 한다. 특진을 없애면 특진비를 내지 않으니 환자부담은 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걸로 해결되지 않는다. 환자가 병원을 찾는 것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명의를 고집한다.

모든 환자에게 남의 돈(세금이나 의료보험료)으로 진료비 혜택을 주는 정책은 너무 쉽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명의의 수준 높은 의료혜택을 주는 정책은 결코 쉽지 않다. 특진비를 없애면 환자들은 대학병원, 그 중에서도 명의에게 몰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의료전달체계가 있음에도 우리나라 환자들은 왜 서울로, 그리고 빅5 병원으로 몰릴까. 이는 의료품질이 병원마다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TV같은 공산품은 품질이 균등하니 시골에서도 구매를 한다.

하지만 의료는 다르다. 결코 같을 수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병원마다 다른 의료수준의 편차를 가능하면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의료소비의 편중은 정부가 해결해야 할 난제 중 난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올해 초 내놓은 2016년 통계를 보자. 소위 빅5 병원이 벌어들인 진료비 총액은 3조 838억 원으로 전년대비 22.8%로 늘어났다. 반면 병원급은 5.9%, 의원은 6.8% 증가하는데 그쳤다. 의료계도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커진다는 얘기다.

의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과연 국민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3분 진료가 1분 진료가 되고, 입원을 기다리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은 없을까. 지금도 북새통인 대형병원 응급실은 과연 어떤 광경을 연출할까.

환자에게 가장 큰 혜택은 가까이 사는 곳에서 좋은 의료혜택을 받도록 해주는 것이다. 지방에 있는 환자가 서울로 오려면 교통비는 물론 시간과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병원계는 또 어떤가. 지방 또는 서울에서도 지명도가 떨어지는 병원은 생존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경영난에 시달린다. 그러다보니 의료품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쉽지 않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가속화할 것이다.

이번에 특진비와 병실 차액료를 없애면 대형병원들은 또다른 수입원을 창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가뜩이나 뒤틀린 의료구조는 더욱 바로잡기 어렵다. 작금의 뒤틀린 보건의료 현실은 '의료공급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은 의료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정착시켜 주는 일이야말로 국민 의료비를 줄이고, 환자와 가계를 돕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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