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기자
  • 입력 2017.08.11 10:02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고종관기자] 문재인케어가 불안한 것은 역시 재원 마련이다. 30조6000억원을 5년간 투입할 계획이니 년 6조원씩 들어가는 셈이다. 재원은 그동안 쌓인 건강보험 누적흑자 21조원 중 절반을 활용하고, 나머지 부족분은 국가 재정에서 충당한다고 한다.

얼마나 황당한 계획인가. 지난 정권이 모아놓은 돈으로 선심을 쓴다? 그런데 이 흑자재원도 사실은 떳떳하진 못하다.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이 내는 돈을 의료비로 돌려주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이 금융회사가 아닌 만큼 흑자가 날 수가 없고 나서도 안된다. 이는 국민에게 보험료를 더 많이 거뒀거나, 병원에 줄 돈을 적게 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질환의 조기 발견으로 치료비가 줄고, 암 발생률이 감소했다는 등 이유를 설명했지만 설득력은 없어 보인다.

어쨌든 이 돈을 쓰겠단다. 그런데 이 재원은 화수분인가. 이미 정부는 문재인케어가 나오기 전부터 지금의 흑자구도가 2022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2025년이면 고갈될 것이라고 했다. 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의료비가 급격히 증가해서다. 그렇다면 그 뒤에 벌어질 적자는 차기 정부가 책임져야 할까.

고종관 의료전문기자

이번에는 보장성 강화를 위해 들어갈 재원이 30조원이면 충분할지 들여다보자.

먼저 비급여의 급여화에는 얼마나 비용이 소요될까.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63.4%다. 이를 높이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국가 과제다. 문제는 그 돈이 천문학적이라는 데에 있다. 국민보건계정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비급여부담은 무려 24조9000원이다. 현재 비급여 항목은 3800여 종으로 매년 의료비는 8~10%의 증가율을 보인다. 물론 선별급여와 제한급여로 다소 줄긴 하겠지만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10조원 이상의 돈이 비급여의 급여화로 빠져나가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고령화에 들어가는 의료비는 밑 빠진 독과 같다. 2015년 65세 이상 노인에게 건강보험공단이 지불한 요양급여비는 22조2000억원이다(참고로 같은 해 우리나라 보건복지부 예산이 51조9000억원). 이 돈은 2016년 24조9896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2조7715억원이나 늘어났다. 전체 요양급여비의 3분의 1이 넘는 돈이다.

문제는 이 수치가 고령화에 따라 급증해 2019년 30조원, 2025년 58조원, 30년엔 91조3000억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비급여의 급여화와 고령자 의료비 증가에 들어가는 돈만 계산해도 재원에 대한 답이 안 나온다.

여기에 중증 치매환자 24만명 본인부담률 10% 인하, 틀니와 임플란트 본인부담률 현행 50%에서 30%로 인하 등 비용이 지출된다. 노인외래정액제와 의료비부담 상한액으로는 또 얼마나 많은 재원이 쏟아져 들어갈까.

문재인 정부는 노인의료비 증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이미 고령화가 먼저 시작된 일본과 미국의 의료정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공부 좀 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번 정책을 발표하면서 문재인대통령은 건강보험료를 내는 국민의 불만을 우려해 매년 통상적인 보험료만 인상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2005년 이후 2009년, 2017년 두 차례만 빼고 매년 보험료를 올렸다. 과거 10년간 평균 인상률은 3.2%다. 이를 감안해 내년엔 2~3%의 보험료율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이 돈을 문재인케어의 재원에 쓸 수 있을까.

아쉽게도(?) 건강보험공단과 의약단체는 지난 6월 내년도 의료수가를 평균 2.28% 올리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내년 7월부터 저소득층 보험료를 낮춰주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이 시행돼 보험료 수입은 줄어든다.

몇년 뒤라도 건강보험료 폭탄설이 유령처럼 나타날까 두려운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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