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윤기자
  • 입력 2017.08.19 09:56
 

[뉴스웍스=박지윤기자] “아이들에게 먹이려고 비싸도 친환경 계란만 사먹었는데 너무 실망스럽고 화나요”, “친환경 인증 계란이 아니라 친농약 인증계란이었다.”

살충제 계란 농가 49곳 가운데 63%인 31곳이 친환경 무항생제 농장인 것으로 드러나자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전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산란계 농장 1239곳 가운데 49곳이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우선 정부의 부실 관리와 함께 친환경 인증을 민간업체에 위탁해 이들이 인증을 남발한 탓이 가장 크다. 현재 친환경 인증은 정부가 위탁한 민간업체 62곳이 100%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인증 업무를 제대로 처리했는지 농장일지만 들춰보는 게 전부였다.

이렇게 허술한 민간 기관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계란은 일반 계란보다 최대 3배 가량 높은 값에 판매된다. 또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농장은 3년에서 5년간 한 알당 최대 10원의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계란에 잔류농약 기준이 없는 것도 사태를 키운 역할을 했다. 피프로닐은 닭에는 사용이 금지되지만, 계란은 해당 기준이 없다. 계란은 농장에서 바로 완제품으로 포장돼 시중에 유통되기 때문에 사전 검사를 받지 않는 것이다. 오로지 농장주인의 양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들은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은 물론이고 닭에게 사용이 가능한 살충제 ‘비펜트린’도 사용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번 전수 조사 결과 친환경 농가에서 나와서는 안되는 피프로닐과 비펜트린도 수두룩하게 검출돼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담긴 식품이 시중에 유통되기까지 정부가 손 놓고 방치한 것에 대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이 입는다. 그동안 친환경 인증 마크를 보고 비싼 값에 살충제 성분이 든 계란을 먹었을 생각에 국민들은 끔찍하다. 믿었던 친환경 도끼에 발등이 제대로 찍힌 격이다. 

문제는 단순한 계란에 대한 배신감을 뛰어 넘어 사회 전반적인 체계에 대한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상 초유의 살충제 계란 사태를 계기로 국민이 안심하고 음식을 먹고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철저한 사전‧사후관리를 통해 '믿을 수 있는 정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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