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08.19 07:00

'뇌물공여'는 대가 바라고 뇌물약속·지급 했는지 증명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오는 25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사진=YTN뉴스 캡처>

[뉴스웍스=박경보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오는 25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지난 4월 7일 열린 1차 공판을 시작으로 지난달 7일 결심 공판까지 총 53번의 공판이 진행되면서 ‘대장정’을 거쳤다. 이 기간 동안 증인으로 출석한 인원은 60여명에 이르고, 500여 시간이 소요됐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재판 중 하나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어떤 판결 결과가 나오던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가 정치와 경제의 잘못된 연결고리를 끊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스웍스는 특검의 "정경유착의 전형"라는 주장과 변호인의 "국정농단의 희생양"이라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 상황에서 이재용 사건에 대한 핵심 쟁점들을 다시한번 되짚어 본다.

◆ '안종범 수첩' 등 '정황증거'만 가득

검찰은 지난달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박영수 특검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433억의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로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등 5가지의 혐의를 적용했다.

여기서 깊게 들여다봐야할 점은 재판 과정에서 뇌물공여죄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가 있었는지, 또 피고인의 자백이 있었는지에 대한 여부다. 형법상 뇌물 공여 혐의는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약속하거나 지급한 행위라는 것이 직접적으로 증명돼야하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특검이 주장하는 증거들이 증거로서의 증명력을 얼마나 갖느냐에 따라 판결의 결과가 좌우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통상 뇌물을 공여한 자의 진술이 직접적인 증거로 인정받아 뇌물을 받은 자가 처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이 부회장 사건의 경우는 받은 쪽과 준 쪽 모두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직접적인 자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안종범 수첩’, ‘대통령 말씀자료’, ‘민정수석실 문건’ 등 3가지 간접 증거를 제시했다. 안 전 수석의 수첩 63권에는 ‘삼성-엘리엇 대책’, ‘금융지주회사’, ’승마’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또 대통령 말씀자료에는 ‘현 정부 임기 내에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는 글이 있다. ‘민정수석실 문건’에는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이라는 문구도 쓰여있다.

그러나 수첩을 작성한 장본인인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 합병 관련 지시를 한적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통령 말씀자료를 만든 윤인대 전 행정관도 “자료는 인터넷 뉴스를 참고해 만든 것”이라며 특검의 주장에 맞섰다.

◆ 법조계 "박 전 대통령·이 부회장 등 자백 있어야 유죄 가능"

법조계 안팎에서는 “안종범 수첩 등 검찰의 정황 증거가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로서 위력을 발휘하려면 박 전 대통령이나 이 부회장의 자백성 발언 등 핵심 증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검의 간접증거로 채택된 안종범 수첩이나 청와대 문건만으로는 독대 내용의 실체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중론이다.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은 진술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을 인정 못하지만 수첩에 내용이 존재한다는 자체와 대통령과 피고인 사이에 그와 같은 대화내용이 있었다는 간접사실로서의 정황증거로는 채택 하겠다”고 밝혔다.

박 특검은 결심공판에서 "삼성으로선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와병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삼성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의 안정적 확보는 시급한 지상과제였다"며 "집권 후반기 최순실의 요청에 대해 대통령이 자금을 지원할 필요와 접합돼 정경유착의 고리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삼성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지원한 것은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을 것을 고려한 대가성의 뇌물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 27조 제 4항이 명시된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소송법 제 307조의 증거재판주의 원칙이 훼손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법조계 안팎의 의견이다.

공소장에 범죄 사실과는 관계없는 과거의 사실이 다수 기재 돼 있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히 에버랜드 사건은 공소장 공소장 외 기타 서류나 증거물은 첨부 및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일본주의' 원칙을 위배해 부정적 이미지를 조성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특검이 대가성을 밝힐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도를 넘은 의미 부여'로 재판부가 예단할 수 있는 주장만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특검의 주장은 법률가로서 가져야 할 법적 논증보단 '대중에 호소하는 오류', 20여년 전 에버랜드 사건과 연결시키는 '논점 일탈의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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