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08.20 08:00

정유라 승마지원 대가성 여부가 선고 결과 판가름할 듯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뉴스웍스=박경보기자] 오는 25일 선고 공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무죄와 형량을 결정하게 될 핵심 쟁점은 '뇌물공여' 혐의 성립 여부다. 뇌물공여 혐의 중에서도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이 대가성으로 인정되느냐가 선고 결과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 측은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고, 반대로 특검 측은 ‘뇌물’임이 입증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재판부가 어떻게 해석할지 관심이 쏠린다.

◆ '올림픽 준비'라는 좋은 취지로 승마지원 결정 했을 뿐

삼성의 승마지원에서 집중해서 들여다볼 점은 이 부회장이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직무와 대가 관계가 있다는 점을 당사자인 이 부회장이 알고 있어야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죄’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삼성의 승마지원 당시 최순실 일가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고 증언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올림픽 준비'라는 좋은 취지로 승마지원을 요구받고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에게 내용을 전달했을 뿐, 정유라가 지원 대상에 포함됐는지는 몰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2014년 9월 1차 독대자리에서 "승마협회를 삼성이 맡아달라. 올림픽에 대비해 승마선수들에게 좋은 말도 사주고 전지훈련도 도와달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반면, 특검은 “피고인들 스스로 약 300억원을 준 사실과 피고인 이재용이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 및 자금 지원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며 “피고인들은 뇌물공여 과정에서 국내 재산을 해외로 불법 반출하고 범행을 은폐할 목적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했으며, 피고인 이재용은 국회에서 위증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최순실 일가와 삼성 사이에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뇌물이 오갔다며 이를 입증하기 위한 논거를 뒷받침했다.

특검은 독대에서 경영권 승계 등 현안에 대한 논의, 뇌물 공여기간 중 경영권 승계 현안인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및 신규순환출자 고리 해소, 엘리엇 대책 방안 마련에 실제 도움을 준 사실의 입증, 피고인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개인적 친분 등 다른 사유로 지원을 할 이유가 없음 등을 들어 뇌물이 명백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삼성은 지난해 10월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에 들어갈 때부터 “우리는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 헌재 "대통령 요구받은 기업 현실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삼성이 박 대통령의 ‘직권남용, 강요’ 혐의 피해자라고 우선 결론내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삼성이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따라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의 출연금을 냈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박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당시, “대통령의 요구를 받은 기업은 현실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사실상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지난달 31일 열린 4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순실 뒤에 박 전 대통령이 있어 두려웠다” 며 “승마 지원은 강압으로 이뤄진 것이지 뇌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문체부를 포함한 대한승마협회 직원들이 (최 씨와 틀어져) 힘든 일을 당한 것이 기억났다"며 "회사가 더 큰 나쁜 일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승마지원이 정유라에게만 집중된 이유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지목된다. 특검은 삼성이 정씨만 지원한 것을 뇌물의 증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승마 관계자들은 삼성의 의도와 달리 최순실씨의 개입으로 지원이 변질됐다는 일관된 진술을 내놓고 있다.

박원오 대한승마협회 전 전무는 "삼성이 당시 지원할 승마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최씨의 개입으로 번번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황 전 전무 역시 “처음부터 정유라를 단독으로 지원하려던 것이 아니었는데 최순실의 방해로 단체지원이 무산돼 정유라만 혜택을 봤다”고 해명했다.

삼성 변호인단도 “특검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한 청탁'이라 주장하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은 삼성을 표적으로 한 최순실씨의 강요와 공갈의 결과이지 뇌물이 결코 아니다"라고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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