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08.20 16:23

[뉴스웍스=박경보기자] 한국 반도체 신화의 초석을 만든 강진구 전 삼성전자·삼성전기 회장이 지난 19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경북 영주에서 출생한 강 전 회장은 대구사범학교와 서울대 전자과를 졸업한 뒤 KBS와 미8군 방송국에 근무하다가 중앙일보와 동양방송에 입사해 이사까지 지냈다. 이후 1973년 삼성전자 상무로 자리를 옮기며 기업인으로 본격 변신했다.

기업인으로 옷을 갈아입은 강 전 회장은 창업주인 이병철 전 회장의 신뢰를 받으며 삼성전자 전무·사장, 삼성전자부품·삼성정밀 사장, 삼성반도체통신 사장, 삼성전기 대표이사, 삼성전자·삼성전관·삼성전기 회장, 삼성그룹 구조조정위원 등을 거치며 삼성전자와 삼성 반도체 신화의 초석을 다지는데 앞장섰다.

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에 부임하자마자 당시 적자였던 회사를 흑자기업으로 바꿔놓았고, 상무로 부임한 지 3개월 만에 대표이사 전무로, 전무가 된 지 9개월 만에 다시 사장으로 발탁되는 초고속 승진의 신화를 남기기도 했다.

초고속 승진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강 전 회장은 탁월한 경영능력과 함께 앞을 내다보는 혜안과 특유의 뚝심을 발휘해 반도체 산업의 초석을 다지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강 전 회장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995년 6월 '삼성 명예의 전당' 설립과 동시에 첫 번째로 헌액되기도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1996년 강 전 회장이 발간한 회고록 '삼성전자 신화와 그 비결'의 추천사에서 "오늘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최대의 공로자"라면서 "세계 전자업계에서조차 강 회장을 한국 전자산업의 대표적 전문경영인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 전자산업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한국 전자산업 발전사에서 강 전 회장을 빼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자공업진흥회장, 전자산업진흥회장, 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등을 지내며 한국 전자업계 발전을 주도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고 있다. 2006년에는 서울대와 한국공학한림원이 선정한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스스로 '전자 인생'을 살았다고 말한 강 전 회장은 금탑산업훈장, 벨기에 그랑그로스왕관훈장, 포르투갈 산업보국훈장, 정보통신대상, 장영실과학문화상 등을 받기도 했다.

2000년 12월 31일 건강 문제와 후진 양성을 이유로 삼성전기 회장직을 사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강 전 회장은 은퇴 이후에도 전자산업의 발전을 위해 물밑에서 공헌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민국 전자산업과 함께 전자 인생을 살아온 강 전 회장이 남긴 업적과 공로가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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