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기자
  • 입력 2017.08.21 17:44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박명수기자]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인 존 S.메케인함이 싱가포르 동쪽 말라카 해협에서 유조선과 출동해 10명의 수병이 실종되고 5명이 다쳤다. 미 해군의 최첨단 이지스함이 두 달 만에 또다시 민간 선박과 충돌해 다수의 인명 피해를 낸 것이다.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함이 어떻게 잇달아 충돌사고를 내는 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매케인함은 이날 오전 5시 24분께 라이베리아 선적의 유조선 알닉 MC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10명의 수병이 실종되고 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메케인 함은 좌현 선미 부분이 파손됐다.

반면 알닉 선원들은 모두 무사하고 기름유출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7함대는 이날 성명에서 “부상자 중 4명은 싱가포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중상은 아니며 다른 한 명은 부상이 경미해 의료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며 “실종자들에 대한 수색·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이 충돌 사고를 낸 것은 벌써 올 들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6월 17일에도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구축함 피츠제럴드호가 일본 인근 해상에서 필리핀 선적 상선과 충돌해 7명이 숨졌다.

사고 원인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분석은 분분하다. 우선 제기되는 가능성은 지리적 요인이다. 사고가 발생한 믈라카 해협은 전략적 요충지이자 지리적으로 매우 혼잡한 지역이다. 그만큼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러나 CNN 군사 전문가 릭 프랑코나는 "많은 레이더 시스템과 통신장비를 갖춘 최첨단 해군 구축함이 어떻게 시속 10노트(약 18.5㎞/h)의 속도로 천천히 움직이는 무게 3000t의 유조선을 발견하지 못했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충돌사고는 해군의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해군의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CNN은 이번 연쇄 사고로 해군 지휘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단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사고가 난 매케인함은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 의원의 조부와 부친의 이름을 딴 함정이다. 매케인 의원의 조부와 부친은 모두 2차 세계대전 중 미 해군 장성이었으며, 매케인 의원 역시 해군 대위 출신이다. 매케인함은 이달 초 남중국해에서 이뤄진 자유의 항행 작전을 수행하기도 했다.

매케인 의원은 사고 소식을 듣고 부인과 함께 수병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구조에 동참한 선원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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