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기자
  • 입력 2017.08.24 12:13

피부흡수율, 생식기 부위는 팔 안쪽의 무려 42배

고종관 의료전문기자

 [뉴스웍스=고종관기자] 생리대 파문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뢰성이 또 다시 추락하고 있다. 이미 생리대의 안전성 문제가 매년 반복돼 온데다 올 3월 여성환경연대가 개최한 ‘안전한 월경용품 토론회’에서 유해물질 검출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이렇다 할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여성들이 생리대에 민감한 것은 바로 ‘경피독’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경피독은 화학물질의 독성이 피부를 통해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우리 피부는 케라틴과 지질로 짜여진 단단한 구조물이다. 따라서 외부에서 세균이나 오염물질이 쉽게 들어올 수 없다. 하지만 피부의 위치에 따라, 상황에 따라 피부구조가 무너지기도 한다.

우선 어느 부위의 피부인가에 따라 흡수율에 차이가 있다. 팔의 안쪽을 1로 기준 삼았을 때 발바닥은 0.1배, 손은 0.83배로 낮지만 겨드랑이는 3.6배, 이마 6배, 두피는 3.5배에 이른다. 그럼 여성의 생식기 부위는 어떨까. 무려 42배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의 한 제약회사가 스테로이드를 도포한 뒤 흡수율을 조사한 것이다. 비록 시험 제품은 다르지만 부위에 따라 화학물질에 피부장벽이 얼마나 취약한지 쉽게 알 수 있다.

또 하나는 피부의 장벽을 깨뜨리는 상황이다. 피부는 알칼리나 열, 자외선 등에 약할 뿐 아니라 인위적으로 때를 벗길 때도 피부장벽이 무너진다. 여성의 생식기는 외부로 열려 있는 기관인데다 내부는 점막구조다. 또 생리를 할 때면 피부가 충혈돼 피부조직이 과민해 진다.

생리대는 면제품이 아니라면 케미컬 덩어리라고 보면 된다.

생리대는 삼중 구조로 만들어진다. 먼저 피부와 맞닿는 표지 부분이다. 표백된 폴리에스테르, 폴리프로필렌, 레이온 등의 부직포 재질이다. 다음에는 물을 흡수하는 수지(셀룰로오스)로 이뤄져 있다. 셀룰로오스에 폴리아크릴로니트릴을 접합시킨 고분자로 생리혈을 대량으로 흡수한다. 마지막으로 생리혈이 새지 않도록 하는 폴리에틸렌 성분의 방수층이다. 여기에 냄새를 없애주는 탈취제, 향료 등의 화학물질이 들어간다.

이런 제품 소재는 대부분 석유에서 만들어진다. 생리대 뿐 아니라 옷이나 장난감, 주방용품은 물론 농약, 살충제, 약품에 이르기까지 석유가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해질 정도다. 하지만 문제는 양날을 가진 칼처럼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나 소재에서 휘발성 독성물질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을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은 접착제 등 건축자재다. 포름알데히드 같은 독성을 내뿜어 두통과 피부질환을 일으킨다. 이른바 새집증후군으로 신경계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생리대는 깨끗함을 강조하기 위해 염소계 표백제를 쓴다. 우리가 늘 달고 사는 냅킨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여성들은 생리대에 잔류한 독성이 갖가지 질병을 유발한다고 걱정한다. 몸에 축적될 경우 자궁암, 자궁내막증같은 여성질환이나 생리통, 생리전증후군, 월경불순 등 사례도 접수되고 있다. 아직 의학적인 인과관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개연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현재 정부가 규제대상 VOC로 고시하고 있는 물질은 31개다. 앞으로 유해성이 밝혀지면 규제대상은 점차 확대될 것이다.

식약처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면 10여 년 전부터 여성운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생리대의 안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옳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다양한 시험을 통해 생리대의 경피독 가능성 여부를 밝히고, 지침과 규제를 통해 여성을 화학물질의 독성으로부터 보호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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