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08.29 14:18

지주사 출범... 日주주들 영향력 약화 신동빈회장 경영권 강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의 전경 <사진=롯데그룹>

 

[뉴스웍스=박경보기자] 롯데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분할합병안이 최종 결의돼 10월 ‘롯데지주 주식회사’의 출범이 공식화 됐다. 롯데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통한 순환출자 해소로 경영투명성과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얻고 있다. 

롯데그룹은 29일 임시주총을 통해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을 위한 분할합병계약서 승인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 계열사를 분할합병한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10월 1일 탄생한다.

◆ 순환출자 해소로 지배구조 단순화

롯데그룹의 분할합병 대상인 4개 계열사는 지분을 상호보유하고 있어 복잡한 순환출자로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분할합병으로 롯데그룹은 기존 순환출자 문제를 모두 해소하게 될 전망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2015년 416개에 달했던 순환출자고리는 현재 60여개까지 줄어들었다. 분할합병이 이뤄지면 순환출자고리는 18개로 더욱 줄어들게 된다. 지주사 출범으로 순환출자고리를 끊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겠다는 롯데그룹의 목표를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국제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최근 회원사에 전달한 보고서에서 "롯데제과 등 4개사의 기업분할 및 합병은 한국법을 준수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단순화 및 순환출자 해소를 통해 투자자산의 잠재가치를 끌어내 주가 상승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또 신동빈 회장의 골칫거리였던 일본 주주들의 영향력도 줄어 신 회장의 경영권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 회장은 롯데쇼핑 13.5%, 롯데제과 9.1%, 롯데칠성음료 5.7%, 롯데푸드 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가 출범하면 신 회장은 지주사의 지분 10.5%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부상한다.

신 회장은 지주사 설립 이후 경영권 보호에 도움되지 않는 지분을 판 뒤 이 자금으로 지주사 지분을 더 확보할 수도 있다. 업계에선 분할과 합병, 지분 교환 등이 이뤄지면 신 회장이 한국 지주회사의 지분 20~30%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롯데지주 주식회사’의 국내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이 커져 신 회장의 경영권도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롯데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지분 99%가 일본 자본이라 신 회장은 그간 일본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국내 계열사 지분을 지주사가 추가 취득하면, 롯데그룹 국내 주요 계열사들은 일본 자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 롯데소액주주, "무리한 지주사 전환, 법적 책임 묻겠다" 반발

그러나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 이후 풀어야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그 중 가장 첫 번째는 롯데 지주사의 금융계열사 보유 문제다. 롯데 지주사는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등의 금융사의 지분도 갖게 되는데, 일반 지주사는 금융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 중심의 롯데그룹으로선 금융사를 포기하기 쉽지 않아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원칙상 롯데 지주사는 출범 후 2년 안에 금융사 지분을 팔아야 하는 입장이다.

소액주주들이 롯데의 분할합병을 반대하고 있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은 28일 성명을 발표하고 “롯데그룹 4개사의 분리합병을 통한 지주사 설립이 주주총회서 확정되면 주요 경영진의 배임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롯데의 지주사 전환은 특정 주주인 신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롯데쇼핑의 사업 위험을 나머지 3개사 주주들에게 전가하려 한다”고 국민연금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또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하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도 롯데의 지주사 전환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을 막고자 이미 두 건의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법원은 신 회장의 편을 들어 두 건을 모두 기각시켰으나, 신동주 전 회장은 소액주주의 지지를 등에 업고 꾸준히 신 회장의 경영권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롯데 지주사는 출범 이후 자회사의 경영평가·업무 지원·브랜드 라이선스 관리 등을 수행한다. 지주사는 분할합병 대상 4개사의 각 사업 지분을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보유하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 지주사의 초대 대표는 신 회장과 황각규 사장이 공동으로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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