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08.31 08:51

기아차 패소땐 인건비 3조 추가부담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K5 자동차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기아차>

[뉴스웍스=박경보기자]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의 1심 판결이 오늘 오전 10시 선고된다. 

판결에 따라 기아차의 인건비 부담이 최대 3조원 이상 늘어나는 것은 물론, 동일 사안으로 192건의 소송이 진행중이어서 업계가 재판 결과에 기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1부는 31일 오전 10시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노조) 2만7459명이 2011년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미지급금 청구 소송 1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기아차 노조는 연간 750%인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2008년 10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미지급된 통상임금 소급분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아차가 패소하면 근로자 1인당 3년치 소급임금 최대 6600만원, 소송 제기 이후 판결시점까지 합산된 임금 매년 최대 1200만원, 연 15%의 법정지연이자 가산금액 등을 한 번에 지급해야한다. 이를 소송 청구인원인 2만7459명에 적용하면 약 3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지난 2013년 12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업계와 법조계는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기아차 노조의 상여금 역시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노조가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번 소송의 승패는 사실상 ‘신의성실 원칙(신의칙)’ 적용 여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신의칙’은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이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내용의 민법 제2조 1항을 뜻한다. 법률관계 대상자가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를 했다면 권리가 사라진다는 민법상 중대원칙이다.

대법원은 2013년 판결 당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합의가 있었고,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 위협이 예상된다면 ‘신의칙’ 위배를 이유로 소급분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기아차가 3조원을 노조에게 지급해 경영위기에 빠지게 된다면, 신의칙에 근거해 소급분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누구도 재판의 승패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통상임금 관련 재판부의 최근 판단은 사측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기우는 추세다. 기업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출해 법원으로부터 신의칙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노동연구원은 현재 통상임금 소송 중인 192개 기업이 모두 패소하면 최대 38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해야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업계는 기아차가 패소할 경우 기아차의 경영 위기는 물론이고 업계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통상임금 여파로 완성차업체에 위기가 닥치면 자재, 부품 등 전체 자동차업계가 도미노처럼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통상임금 판결의 영향으로 완성차업계와 부품사에서 2만3000명이 넘는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으로 인한 전체 경제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아차 판결 이후 노조가 승소하면 비슷한 소송이 산업계 곳곳에서 줄지어 늘어날 것”이라며 “이로 인한 일자리 감소, 투자 위축 등 글로벌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결국 우리 산업 전체에 큰 악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입법화하고 관련 기업의 재무지표, 국내외 시장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의칙’ 인정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