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재필기자
  • 입력 2015.11.30 10:34

상습 투여자 억대 빚지기도…강남 유흥업소 종업원 상대 확인된 횟수만 132차례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종업원들을 상대로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투약해 준 산부인과가 적발됐다. 마약류로 분류되는 프로포폴은 수면 마취제의 일종으로 일명 '우유주사'로 불린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30일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투여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강남구 A산부인과 원장 황모(5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황씨로부터 프로포폴을 불법 투여받은 유흥업소 종업원 박모(35·여)씨 등 여성 5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 원장은 프로포폴 투약 목적으로 병원을 찾은 박씨 등에게 필러 시술 등의 명목으로 2011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프로포폴을 총 132차례 불법 투여한 혐의다.

황 원장은 1회당 약 30만원을 받고 프로포폴 20㎖를 주사했고, 한 사람에게 하루에 4∼5차례 프로포폴을 투여해 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황 원장은 프로포폴 주사를 맞은 일부 투여자들이 마취에서 막 깨어나기 시작하면, 추가 투여를 권유해 주사를 놓아주기도 했다.

경찰은 "이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맞은 일부 투여자들은 약물 중독 상태에 빠졌다"며 "이 병원은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서 프로포폴을 맞을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을 탔다"고 말했다.

적발된 투약자들은 박씨와 같은 유흥업소 종사자가 대부분이었고, 전직 걸그룹 멤버도 있었다. 이들은 약물 중독에 빠져 지인에게 돈을 빌려서 투약을 하기도 했다.

경찰 수사는 지난해 11월께 "딸이 프로포폴을 맞고 다닌다"는 박씨 어머니의 신고로 시작됐다. 프로포폴 중독인 박씨는 이 병원에서만 100차례 이상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황 원장의 은행계좌 내역을 통해 확인한 범행만 132회"라며 "이들이 주로 현금 거래를 했을 개연성이 커 실제 범행 횟수와 투약자들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약물 투여를 위해 수억원의 빚을 졌다고 경찰이 밝혔다. 검찰도 경찰 수사와 별개로 황 원장의 비슷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원장은 "시술에 필요해 투여했을 뿐 고의로 프로포폴 주사를 놓은 것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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