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08.31 11:58

'신의칙 원칙'도 수용안돼, 노사합의 지킨 사측만 손해

<배경사진=기아차/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박경보기자]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결과가 노조의 승리로 끝나자 재계는 "노사합의를 지킨 사측만 손해를 보라는 것"이라며 법원의 판결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31일 기아차 노조원 2만7459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낸 1조926억원의 임금 청구 소송에서 "피고 기아차는 노동자 2만7000여명에게 원금 3126억원과 이자 1097억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를 놓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재판부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은 점은 기존 약속을 뒤집은 노조의 주장은 받아들이고 노사합의를 준수한 기업에게는 일방적으로 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이라며 허탈감을 드러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기업환경조사본부장도 논평에서 "이번 통상임금 판결은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상급심에서는 보다 심도 있게 고려해 판단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표명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도 논평을 내고 "사드 보복, 멕시코 등 후발 경쟁국들의 거센 추격, 한미FTA 개정 가능성으로 우리 자동차 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예측치 못한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게 돼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기아차 통상임금을 계기로 통상임금에 대한 정의 규정을 신속히 입법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배 전무는 "과도한 인건비 추가부담 등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입법화하고, 신의칙 세부지침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도 "향후 노사간 소모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는 입법조치를 조속히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앞서 30일 통상임금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국회에 요구하기도 했다.

경총 역시 "대법원이 신의성실 원칙에 대한 예측 가능한 합리적 판단 기준을 신속히 제시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통상임금과 소송은 총 192건에 달한다. 현재 진행 중인 건이 115개, 완료된 건이 77개이기 때문에 재계는 이번 선고 결과가 유우리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는 아니더라도 향후 각 기업의 노조나 근로자들이 통상임금 소송이 잇따라 제기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전체 노동비용 증가 규모는 적게는 14조원, 많게는 38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경총은 지난 2013년 '통상임금 산정 범위 확대 시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를 내고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됐을 때 기업들이 부담할 추가 비용 규모는 최대 38조5509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노동연구원도 통상임금으로 인한 기업 노동비용 증가액을 최소 14조6000억원에서 최대 21조9000억원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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