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09.04 10:17

"IT업계에 제조업 중심 재벌 대기업과 같은 잣대" 지적도

4일 네이버가 이해진 이사회 전 의장의 '총수' 지정에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네이버>

[뉴스웍스=박경보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전 이사회 의장을 총수(동일인)로 지정한 것에 대해 네이버가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은 특정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사람 또 법인을 의미하며 계열사와 친인척 간 거래에 강력한 규제를 받는다. 

공정위는 이번달부터 네이버를 포함한 자산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인 26개 기업을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이 전 의장은 네이버의 '총수'로 지정돼 친인척 회사의 ‘일감’에 계열사들이 동원되는지, 즉 ‘일감몰아주기’가 없는지 감시를 받는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법적 판단(행정소송)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가 민간 기업에 재벌과 총수의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30년 전 시각에 머물러있는 것"이라며 "총수 지정과 관련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앞서 이 전 의장은 자신의 네이버 지분이 5% 미만인데다 주주 중심으로 네이버가 경영되기 때문에 '총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의장은 네이버 지분을 국민연금과 해외 펀드보다도 적은 4.3%를 보유 중이며, 3월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뒤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맡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전 의장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 측은 이 전 의장의 지분이 5%미만 이지만 소액 주주가 많은 네이버 특성상 비중이 작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대주주 중 유일하게 이사회 이사(현 글로벌투자책임자)로 활동해 총수로서의 지배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네이버의 ‘준대기업 지정’과 ‘총수 지정’을 놓고 업계를 중심을 찬반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선 30년 전 재벌 기업들의 족벌, 세습 경영을 규제하기 위해 만든 대기업집단 제도가 네이버 등의 같은 IT 기업에 적용하는 것이 맞냐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제조업을 바탕으로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늘려가던 재벌기업들의 방식과 최근 IT 업종은 성장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잣대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반면 자산규모가 크기 때문에 감시와 검증을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전 의장의 개인 소유 기업과 친족 기업이 드러난 만큼 당국의 규제와 검증은 필요하다는 논리다.

한편 ‘총수’나 ‘재벌’은 오로지 한국에서만 쓰이는 특이한 개념이다. 주요 외신들은 ‘재벌’을 'Chaebol'이라는 고유 단어로 쓰고 있으며, 글로벌 업계에선 가족 중심의 투명하지 못한 재벌구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있다. 네이버는 이번 ‘준대기업’ 지정으로 인해 글로벌 IT 시장에서 ‘총수 중심의 세습 회사’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대기업을 규제하는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는 지난 1987년 4월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처음 도입됐다. 재벌 기업 총수와 그 친척들이 계열사를 통제하고 시장을 독과점하는 문제를 국가가 규제하고자 만들어진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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