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기자
  • 입력 2017.09.06 09:56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박명수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체류 청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다카(DACA)' 프로그램을 공식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폐지로 불법 입국한 부모를 따라 미국에 들어온 80만 명의 청년들이 미국에서 쫓겨나게 됐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이날 법무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카 프로그램은 위헌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오려는 모든 사람을 허용할 수는 없다"면서 "다카 프로그램은 미국인의 일자리를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프로그램 폐지에 따른 혼선을 막고 의회가 후속 입법조치를 할 수 있도록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 결정에 따라 국토안보부는 즉각 다카 프로그램 폐지 절차에 돌입했다.

다카 폐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의회, 일할 준비하라. 다카!”라는 글을 올렸다.

다카는 어려서 부모를 따라 미국에 들어온 불법체류 신분의 청소년들이 걱정없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프로그램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2012년 8월부터 시행됐다.

현재 다카 정책의 수혜를 받고 있는 미국 내 청년은 최대 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멕시코,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페루 등 중남미 국적자가 대부분이지만, 한인 대상자도 0.9% 수준이다. 다카 프로그램이 폐지되면 약 7000~1만명의 한인 청년이 미국에서 추방된다는 뜻이다.

현재 다카 폐지 반대 여론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젊은이들을 겨냥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면서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어떤 잘못도 없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회는 도덕적 시급성을 갖고 다카 프로그램 수혜자들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회의 분위기도 우호적이지 않다. 현재 민주당은 당론으로 다카 프로그램 폐지에 반대하고 있고, 공화당 일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의원들도 반대 뜻을 내비치고 있다.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젊은이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제공하고, 그들이 어두운 그림자 생활에서 벗어나도록 독려하며, 정부를 신뢰하도록 하려는 노력을 잔인하게 짓밟고, 끝내는 그들을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팀 쿡 애플 CEO도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애플은 의회 지도자들과 ‘꿈꾸는 사람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워싱턴DC 백악관 앞을 비롯해 뉴욕, 캘리포니아 등 미 전역에서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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