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5.11.30 14:14
(2) 위기 속의 상황 판단-1
> 1950년 10월 말 국군 1사단 전방 지휘소의 모습이다. 백선엽 준장(왼쪽)의 눈매가 날카로워져 있다. 전쟁터의 지휘소는 결코 깨끗하지도, 조용하지도 않다. 북새통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소란스럽고 어지럽다. 당장 내가 할 일이 무엇일까. 변수의 등장이었고, 자칫 잘못 관리하면 낯선 적에게 처절하게 당할 상황이다. 백 사단장은 우선 수색대를 파견했다. 영변 북쪽, 구름이 자주 끼는 운산(雲山)으로 수색대가 나아갔다. 얼마 뒤 12연대장으로부터 “아무래도 이상하다. 미군 전차 좀 보내 달라. 정찰을 강화해야겠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전차 4대가 12연대로 갔다. 그러나 얼마 뒤 돌아온 전차 4대 중 2대는 색깔이 바뀌어 있었다. 전차에 올라탄 중공군을 사격해 핏빛으로 변했던 것이다.
> 압록강을 향해 북진 중인 6.25전쟁 중 미군 전차. 11연대 수색 중대에서도 중공군 포로를 잡았다. 2명이었다. 수색대 보고를 들은 뒤 백 사단장은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어디에서 왔느냐?” “하이난(海南)에서 이동했다.” 심문 중에 불쑥 나온 문답이었다. 중국 최남단의 섬 하이난에서 한반도 북부 평안도까지. 그렇다면 이들은 오랜 기간 이동한 병력이었다는 얘기다. 중공군의 개입이 체계적으로 이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공군의 전면적인 참전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대목인 셈이었다. 떨어지는 잎사귀 하나에서 천하에 가을이 닥쳤음을 안다고 했다. 일엽지추(一葉知秋)다. 조짐에 이어 나타는 현상을 두고 판단은 신속해야 한다. 조짐에 이어 등장하는 조그만 현상까지 놓친다면 싸움에서 곧장 사지(死地)를 향해 구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