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효영기자
  • 입력 2015.11.30 14:56

‘선택과 집중’ 전략인가, 자금난인가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이 운영중인 대형마트 사업 부문인 킴스클럽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킴스클럽은 이랜드리테일이 운영 중인 NC백화점, 뉴코아아울렛, 2001아울렛, 동아백화점 등 51개 유통 점포 중 37개점에 입점해 있는 대형마트다. 이랜드 관계자는 “대형마트 부문은 연매출 1조원 수준을 올리고 있는 흑자 사업부문 중 하나이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대원칙에 따라 전략적 의사 결정을 했다”며 “글로벌 유통사업과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화) 사업 확장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그룹 미래 청사진”이라고 밝혔다.

이랜드는 앞으로 국내외 기업들을 상대로 킴스클럽에 대한 공개 입찰 형식의 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다.

갑작스런 킴스클럽 매각 발표로 지난 수년간 수십 건의 M&A(인수합병)를 성사시키며 '인수합병 공룡'으로 급부상한 이랜드그룹의 자금난이 현실화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며 몸집을 키운 이랜드의 확장세는 재계에서 주목받아왔지만 일각에서는 재무건전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컸다.

이랜드는 2010년부터 2014년 말까지 24건의 M&A를 성사시켜 가히 폭발적인 에너지를 과시했다. PIC(사이판)·베어스타운스키장·계림호텔·전주코아호텔 등 레저 관련 사업, 대구 동아백화점·우방랜드, 그랜드강서점, 광주 밀리오레 등 유통 사업, 이탈리아 잡화 브랜드 만다리나덕과 코치넬리, 미국 스포츠의류 케이스위스 등 패션 브랜드까지 영토 확장은 끝이 없는 듯했다. 올들어서도 서울 우이동 더파인트리앤스파콘도(1,600억원), 광릉포레스트컨트리클럽(300억원) 등을 사들여 이랜드그룹은 매출 6조7,000억원대, 자산 8조2,000억원대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공격적인 투자는 재무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M&A를 위한 지분투자와 신규점포 출점 등 잇따른 투자로 인해 차입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 차입금으로 기업을 인수하다 보니 거의 모든 자산을 대출 담보로 제공한 데다 회사채 발행 주기가 짧아져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신평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의 차입금 규모는 오는 2019년까지 2조4,328억원에 달한다. 올해 1조2,214억원, 2016년 7,779억원, 2017년 3,119억원, 2018년 1,101억원, 2019년 245억원 등이다.

이에 대해 이랜드 측은 패션을 중심으로 한 아울렛 유통사업과 시너지를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2004년 뉴코아 인수, 2006년 까르푸 인수에 성공하며 패션과 유통으로 몸집을 키우던 이랜드는 지난 2008년 홈에버(옛 까르푸), 지난 2011년에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킴스클럽마트(옛 해태유통)를 다시 매각했다.

일각에서는 이랜드로부터 홈에버를 인수한 홈플러스가 최근 MBK파트너스에 매각될 정도로 국내 유통업 시장이 만만치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이랜드의 유통업 정리는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도 있다.  따라서 이번 킴스클럽 매각도 이같은 전략의 연장선상이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이랜드는 앞서 지난해에도 여성복 브랜드인 데코네티션을 매각했다. 고급 여성복 브랜드를 인수하며 여성복 시장에 도전장을 냈으나 수년째 매출이 줄어들자 과감하게 정리한 것이다. 이번 킴스클럽 매각도 부채비율을 낮추고 차입금을 줄여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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