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09.13 14:45

[뉴스웍스=박경보기자] 미래차의 비전을 제시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모터쇼의 키워드는 ‘전기차’다. 이번 모터쇼에 나선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앞다퉈 ‘전기차 전략’을 내놓고 전기차 시대에 대응하는 분위기다.

특히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안방에서 전기차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며 주목받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2년까지 10개 이상의 순수 전기차를 포함해 총 50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기로 했다. 폭스바겐 그룹 역시 전기차 전략인 ‘로드맵E'를 발표하고 2025년까지 80종 이상의 전기차를 쏟아낼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그룹은 전기차 부문에 각각 100억유로(13조5000억원)와 200억유로(27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스웨던 볼보는 아예 2019년 전기차만 판매하기로 했다.

이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흐름은 급격하게 전기차로 이동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204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2025년, 인도는 2030년 경유 및 휘발유 차량 판매를 멈춘다. 독일도 최근 내연기관 차량의 신규 판매 금지를 입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중국도 2040년에 이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가 우습게만 봤던 중국은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며 순식간에 ‘퀀텀점프’했다. 중국의 전기차 산업은 정부의 강력한 친환경차 육성 정책을 등에 업고 훨훨 날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50만7000여대의 친환경차가 팔렸고, 2025년까지 700만대까지 판매대수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처럼 세계 각국 정부와 자동차 업체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전기차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차 35만대 보급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지 로드맵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증권가 발표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급증한 약 54만5000대가 판매됐고, 올해 120만대를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판매된 전기차는 약 1000여대에 그쳐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전기차 개발을 위한 지원이나 인프라 확충에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뜬 구름 잡는 목표만 내세우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의 전기차 충전소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200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이번 독일 모터쇼에 참석해 “전기차 개발 촉진을 위해 장기적인 보조금 계획과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게다가 현대차 등 업계 역시 다른 글로벌 경쟁 업체들에 비해 기술력이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 전기차의 최대 이슈는 ‘1회 충전시 최대 주행거리’다. 하지만 현대차의 전기차 기술은 타사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글로벌 시장에서 ‘잘나가는’ 전기차 중 하나인 GM의 '볼트EV'와 현대차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아이오닉EV'를 비교해보자. 볼트EV는 150kw급의 전기모터를 탑재하고 1회 충전시 383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아이오닉은 88kw급의 모터를 달고 1회 충전 시 불과 191km 밖에 갈 수 없다. 다시 말해 현대차의 전기차 기술은 출력과 경제성 모두 밀리는 허울 뿐이라는 얘기다. 최근 출시된 닛산 신형 리프의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는 무려 400㎞에 이른다.

이제 우리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변해야’ 산다. 정부는 전기차의 보급과 개발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해야 하고, 업계도 경쟁력 갖춘 다양한 전기차를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 글로벌 피처폰 시장을 장악했던 한국 휴대전화가 스마트폰 시대에 대응하지 못해 주저앉았던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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