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효영기자
  • 입력 2015.11.30 19:41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30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업종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KOTRA는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업종을 검토한 결과 한·중 FTA를 통해 가장 폭넓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분야로는 석유화학, 전기·전자, 식품, 소비재를 꼽았다. 반면 철강을 비롯해 섬유, 생활용품 등 저가 내수 업종은 시름이 더 깊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전자·전기=중소 가전제품 등 수혜 누릴 듯

전자·전기 업종은 비관세장벽이 완화돼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컴퓨터 주변 기기 등 전자 분야는 이미 무관세 품목이 많아 관세 자유화의 혜택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FTA 발효 후 10년 내 대중 수출 관세가 사라지는 중소형 가전제품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중국은 전기밥솥, 세탁기, 냉장고 등 중소형 생활가전과 의료기기 가전부품에 대한 시장개방을 약속했다. 또 최근 중국의 공급능력이 확대된 LCD 패널과 관련해서 양국은 10년 내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전자제품의 경우 관세율, 국산 경쟁력 등을 감안할때 직접적 관세철폐 효과보다는 비관세장벽 완화, 밸류체인 활성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전자는 대중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4.5%로 최대의 수출품목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도 31.3%에 달한다. 무역구조도 가공무역(value-chain) 비중이 높아 이같은 구조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최대 수출 시장...수출 더 늘어날 것

한국 석유화학 제품의 최대 시장이 중국인만큼 한·중 FTA가 발효되면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석유 제품의 경우 한국은 관세 대부분을 즉시 철폐하기로 했고 중국은 10~15년에 걸친 철폐를 수용했다. 최대 수출 품목으로 9%에 달하는 항공유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해 국내 업체에 큰 수혜가 예상된다.국내 기업이 생산한 석유제품의 18%, 석유화학 제품의 45%는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게다가 한·중 FTA 발효 시 시장이 개방되는 제품군도 고부가가치 수지(이온교환수지·고흡수성수지 등)와 중국에서 공급 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기초원료(에틸렌·프로필렌 등) 등이다. 특히 기존 국산 업스트림(상위공정) 석유화학제품에 2%, 다운스트림(하위공정) 제품에 5.5∼6.5%의 관세가 적용됐기 때문에 한·중 FTA가 발효되면 관세 인하로 수출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의류·농식품=한국산 소비재 선호도 높아져 수출 확대 기대

중국 내수 소비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도 관세가 비싸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으나 최근들어 한국산 최종소비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수출도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소비재인 패션의류는 한국의 보호 수준이 높고 중국이 개방을 확대하면서 우리 쪽 이익이 클 것으로 보이는 분야다.지난해 30억달러가 넘는 무역적자를 기록한 의류의 경우 중국은 품목 대부분에 대해 평균 10년의 단기 철폐를 수용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여건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분석된다.

농식품 역시 한국은 높은 수준으로 보호에 성공해 수입 확대 가능성이 낮은 반면 중국의 수입 관세 개방폭은 한국보다 높기 때문에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특히 가공식품의 경우 원산지 기준을 활용하면 외국산 원자재를 수입한 뒤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해운=중국취항 확대·교역 운송량 증가 전망

양국간 교역량이 늘어나는 만큼 화물 운송량 증가로 항공·해운업계는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한다. 양국간 통관절차가 간소화되고 관세가 철폐되는 등 물적·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면 영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대형항공사들의 경우 한·중 FTA 발효 후 양국간 왕래가 늘어나면서 국내 항공사들의 중국 취항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의 24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 노선 매출액이 4,302억원으로 전체 노선에서 14%의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여행수요는 점차 단거리에서 장거리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 국제노선 비중이 큰 대한항공의 경우 환승여객 증가에 따라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아시아나항공도 국가별 노선에서 중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수혜가 기대된다.

 

◆자동차=양국 다 개방서 제외키로...자동차부품은 10년 후 관세 철폐

양국 모두 승용차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지 않고 개방에서 제외키로 했으며 일부 상용차도 장기간에 걸쳐 철폐하기로 했기 때문에 수출 확대 효과는 거의 미미할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대부분 중국 현지에 합자법인을 설립, 현지 생산체제를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판매한 물량은 157만대에 달한다. 현대차는 베이징에 연간 10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1∼3공장을 두고 있다. 중국 서부 지역 공략을 위해 충칭시에 연간 30만대 규모의 4공장 건설 작업도 추진 중이다. 기아차는 옌청에 연산 14만대 규모의 1공장, 30만대 규모의 2공장과 3공장을 차례로 세워 중국에서 연간 74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도 중국 측에서 장기간에 걸쳐 신중하게 개방하기 때문에 관세 철폐 효과는 지연될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 중 브레이크라이닝, 화물차용 브레이크라이닝, 화물차용 로드휠, 쇽업쇼버(차량 충격흡수장치) 등 10개 품목은 10년 후 관세가 철폐된다. 나머지 품목은 15년 이상 소요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한국산 자동차 부품이 중국 부품보다 품질이 높아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중국에 공장을 둔 글로벌 업체들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철강=중국산 수입 증가 우려

철강업계의 경우 한·중 FTA 발효로 관세가 인하되거나 철폐되더라도 중국이 극심한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어 대중 수출은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중국산 철강재로 국내 업체들이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대한 철강제품 수출은 38억2,000만 달러였던 반면 중국산 제품 수입은 89억 달러(9.88%)를 기록했다. 한국은 대부분 철강재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반면 중국은 한국산 철강재에 대해 3~20%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어 국내 철강업체로서는 수출할수록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조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원가 절감 차원에서 수입 제품을 주로 사용해왔다. 국내로 수입되는 철강제품의 절반은 중국산으로, 주로 열연, 후판, 봉강, 형강, 강관, 철근 등을 수입하고 있다.

 

◆섬유·생활용품=중국산 저가 공세로 타격 불가피

중국산 저가 수입품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아언 섬유, 생활용품 등 저가 내수 업종은 관세장벽마저 무너지면서 한층 더 고전하게 됐다.

섬유업계는 FTA가 발효되면 기존 8∼10% 수준이던 관세가 점차 철폐되며 중국산 저가 제품의 대규모 물량 공세에 직면하게 된다. 자체 브랜드력이 있는 패션의 경우 ‘메이드인코리아’ 파워를 내세울수 있는 반면 특별한 상표없이 신발, 의류, 가방 등을 소규모로 제작하는 영세 업체는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돼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주방용품, 생활용품 등 주로 저가를 무기로 삼아온 업종들은 전반적으로 한중 FTA로 인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는 반면 생활가전 의료기기 등 한국이 중국과 기술 격차를 보유하고 있는 업종은 한중 FTA로 인한 수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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