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09.27 09:40

정치권은 '단말기 완전자급제' 잇따라 발의

<인포그래픽=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뉴스웍스=박경보기자]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의 일몰과 동시에 정치권에서 잇따라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발의되며 국내 단말기 유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벌써부터 과열 조짐을 보이며 3년 만에 또다시 ‘대란’을 예고하는 분위기다. 

특히 하반기 들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과 LG전자 V30, 애플 아이폰X 등 신제품들이 출시되며 업계의 본격적인 단말기 판매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단속과 감시가 느슨해지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단말기 유통시장에 불이 붙은 모습이다. 온라인과 일부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페이백’이 횡행하는가 하면, 단말기 방문판매와 소비자가 대리점이 되는 일명 ‘모바일 다이렉트’ 같은 변종 유통구조도 포착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최대할인'해 단말기를 판매한다는 판매점의 게시글들이 쉽게 눈에 띈다. 실제 한 국내 IT 커뮤니티에서는 KT로 번호이동해 65.8 요금제로 개통하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64GB 기준)을 39만원에 살 수 있다는 글이 버젓이 게시돼 있었다.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V30은 14만원에 살 수 있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사실을 확인하고자 기자가 해당 판매점에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닿지는 않았다.   

한 온라인 IT 커뮤니티에서 단말기 판매점이 "갤럭시노트8이 26만원에 구매가능하다"는 판촉글을 올렸다. <출처=온라인 IT커뮤니티 '알고사'>

특히, 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페이백’은 국내 단말기 유통구조에서 가장 큰 폐해로 꼽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방통위에서 자료를 받아 분석한 ‘불법 페이백 적발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적발된 불법 페이백은 모두 934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단통법이 시행된 2014년 10월 이후 최대치다. 

실제 지난 15일 약정요금 할인율이 25%로 상향된 이후, 일부 유통망에서 법적 보조금 상한선인 33만원을 뛰어넘는 불법 보조금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 상에는 ‘휴대전화 싸게 구입하는 팁’이 공공연하게 유포되고 있다. “기기변경보다 번호이동을, 공시지원금보다 선택약정을 이용하라”는 잘 알려진 내용이외에도 “테크노마크에서 호갱(어수룩해 속이기 쉬운 손님)되지 않는 법”이 인기다. 

‘뽐뿌’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포털사이트 네이버 블로그 내용에 따르면 테크노마트의 판매업자들은 기자의 취재나 방통위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단말기 가격을 계산기로만 찍어서 제시한다고 한다. “얼마까지 보고 왔냐”는 판매업자의 질문에 소비자가 계산기에 미리 알아본 금액을 찍으면, 다시 그보다 저렴한 금액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온라인 상에는 이러한 방법으로 수십 곳의 매장에 발품을 팔아 싸게 단말기를 구입했다는 후기가 빗발치고 있다.

출고가 125만원대의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을 현금 완납 조건으로 50만원대에 구입했다는 한 인터넷 블로거의 후기글 <출처=네이버 블로그 게시글 캡처>

민 의원은 “이통사간 과도한 고객 유치 경쟁이 벌어지면 단말기 구매시점에 따라 구매 가격 편차가 커질 우려가 있다”며 “방통위는 단속 인원을 늘리고 모니터링과 현장 단속을 강화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 역시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윤 국장은 “페이백 방식은 약속한 금액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페이백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므로 되도록 페이백 계약은 지양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카드제휴할인 역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판촉방법”이라며 “카드할인은 혜택확정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절반만 신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국내 단말기 유통구조는 판매점이 고정급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 판매수당을 받는 방식”이라며 “판매를 늘리기 위해선 소비자를 어떻게든 유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그가 꼽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의 해법은 ‘단말기 완전자급제’였다. 윤 국장은 “TV를 사거나 IPTV를 가입하면서 ‘호갱’이 된 사례는 없다”며 “판매와 서비스 가입을 따로따로 분리해야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단말기 판매점은 현재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업계는 ‘살아남기 위해’ 고객유치에 혈안이 된 상태다. 

녹색소비자연대에 따르면 현재 단말기 판매점은 전국적으로 2만5000곳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윤 국장은 “이들 유통판매점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은 연간 3조5000억원 이상”이라며 “판매점 유지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모두 국민 머리 위에 얹어져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정부차원에서 유통판매점을 구조조정 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포화에 이른 판매점을 줄여 유통시장이 합리적인 숫자로 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단말기 유통업계도 할 말은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되면 업계는 판매를 하지 못해 수익이 사라지고 소비자들도 업계가 제공하는 할인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며 “결국 유통업계와 소비자의 피해만 커지고 통신사만 배를 불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업계에서는 정부로부터 단통법이 폐지된다거나 유통구조가 바뀔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전해들은 내용이 없다”며 “소비자 혼란이 가중돼 문의만 많을 뿐 실제 손님은 크게 줄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게 정치권의 주장이다. 

지난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이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데 이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25일 대표 발의했다. 이들 발의안은 단말기 판매와 이통사 서비스 가입을 완전히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골자로 하며, 특히 박 의원은 제조사 및 대기업의 휴대전화 판매를 제한하는 내용을 함께 담았다.

<인포그래픽=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박 의원은 단말기 완전자급제 시행으로 이통사가 ‘고객유치 경쟁’이 아닌 ‘요금경쟁’에 나설 경우, 가입자당 평균 통신요금 지출액이 최대 20%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른 가계통신비 절감효과는 연간 4.03조원으로 추정했다.

한편 방통위는 추석연휴를 맞아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불법페이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즉각 조치할 예정이다. 김용일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 과장은 “신규 단말기 출시와 약정요금할인율 상향이 맞물리면서 시장이 과열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휴기간 동안 전국상황반을 운영해 불법 페이백 등을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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