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09.27 17:03

1차 투표결과 하부영·문용문 후보로 압축... '모두 강성'

현대차 충남아산공장에서 생산된 신형 쏘나타 뉴라이즈 모델이 조립 완료 후 검수를 받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공식저널>

[뉴스웍스=박경보기자] 현대자동차 노조의 새로운 지도부로 ‘강경파’가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강성기조의 지부장이 뽑히면서 곧 있을 임단협도 난항을 겪게될 전망이다. 특히 무리한 공약을 상당수 내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차의 앞날에 불확실성이 더 커지게 됐다. 

27일 노조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6일 7대 노조지부장 선출을 위한 1차 투표결과 민주노총 울산지부장 출신의 하부영 후보와 4대 노조위원장을 거친 문용문 후보로 압축됐다. 두 후보 모두 강성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어 누가 뽑히든 현대차 노조 차기 지도부가 ‘강경파’로 들어서는 것은 확실시 된다.

전체 투표자 4만4450명 중 하부영 후보는 1만5159표를 얻었고, 문용문 후보는 1만3198표를 받았다. 두 후보 간의 표차가 적어 결선투표에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두 후보는 과반표 확보에 실패해 29일 결선 투표를 거치게 된다. 반면 합리적 태도를 취했던 이상수 후보와 홍성봉 후보는 각각 8592표, 7179표를 얻는데 그쳤다.

노조 측은 차기 지부장이 선출되면 집행부 선거로 잠시 중단됐던 사측과의 임단협을 재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강성 성향을 가진 지도부가 들어설 것이 확실해지면서, 임단협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두 후보 모두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며 무리한 공약들을 쏟아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 후보의 경우 이미 선거 공약을 통해 “사측과 연내타결에 연연한 졸속합의를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은 상태다. 임단협 타결이 목표가 아니라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노조의 요구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 후보는 신임금체계 폐기, 통상임금쟁취, 완전한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국민연금과 연동한 정년연장과 수당 현실화, 사택임대아파트 재건축 등 사측이 진땀을 뺄만할 공약들을 대거 발표한 상황이다. 특히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측이 승리한 것을 의식한 듯 사측에 1500만원 수준의 통상임금 지급을 요구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여기에 문 후보는 임단협 교섭과 주간연속 2교대를 따로 교섭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누가 선출되든 사측이 크게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문 후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장기근속 처우개선 등 강경한 공약을 제시했다.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후보는 조합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임단협 시작부터 강경한 태도로 사측과 맞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가뜩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살얼음판에 떠밀리게 됐다.

현대차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급격하게 설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올 들어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1,2위인 중국과 미국시장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8.8%나 감소했고, 미국에서도 같은 기간 7.4% 급감했다. 그 결과 현대차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보다 16.4%, 당기순이익은 34.3%나 감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상품성과 품질 약화로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경영악화를 이유로 사측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면 노조는 길거리에 나앉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협력사들은 현대차 파업 시 하루에만 900억 이상의 손실을 떠안고 있다”며 “혼자만 살겠다는 노조의 태도가 아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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