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의 경제클리닉] ④함부로 경제민주화를 말하지 마라
[김태기의 경제클리닉] ④함부로 경제민주화를 말하지 마라
  • 김태기교수
  • 승인 2017.10.0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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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교수

◆중소기업육성, 법으로 가능한가?

중소기업은 육성하고 대기업을 누르는 법을 만들면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올라갈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한국은 일찍부터 헌법에 국가는 중소기업을 육성해야한다고 명시했고 헌법을 개정할 때마다 강화해왔다. 이대로 간다면 2018년에 헌법을 개정하는 경우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을 앞세우는 분위기 때문에 정부의 각 부처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경쟁적으로 법률을 만드는 바람에 그 숫자가 최소한 200개를 넘는다고 한다. 법률의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고 복잡하다보니 담당 공무원조차 법률을 다 파악하기 쉽지 않다. 정작 정책의 수요자인 중소기업은 지원정책이 있는지 모르고 다행히 알고 있더라도 복잡한 요건을 맞추기 힘이 들고 비용도 너무 많이 들어 포기하는 문제가 생긴다.

◆중소기업 지원효과, 규제가 까먹는다

한쪽에서는 중소기업을 지원한다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중소기업의 목을 조르고 있다. 다름 아닌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그 이유가 있다. 기업을 죄악시한 것인지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에 대한 규제 입법이 민주화 이후 급증했다. 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다음에는 경제민주화가 정치의 화두가 되었다. 정치인들은 경제민주화를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했는지 중소기업문제는 물론 고용불안과 소득불평등문제를 다 경제민주화와 결부시켰다. 이러다보니 기업에 대한 규제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입법을 압도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양금승박사(2016)의 분석에 의하면 법안 발의가 1980년대 평균 400건에서 1990년대에 평균 1000건을 넘어섰고 2010년대에는 무려 1만5000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발의된 법안이 문제가 많다보니 통과된 법률은 대폭 줄어든다. 19대 국회(2012-2016)의 경우 통과된 2793개 법률 중에서 874개가 규제 관련 법률이며 이중 703개는 경제규제 법률이고 규제의 신설 및 강화가 완화 및 폐지보다 2.6배 많다.

◆규제의 부담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에서 어디가 큰가?

규제 강화의 부담은 주로 대기업에 돌아갈까? 그렇지 않다. 중소기업의 부담이 더 크기 때문에 규제 강화는 중소기업정책이 중소기업에게 ‘병 주고 약 주는’식의 모순을 낳는다.

OECD는 한국의 규제정책에 대한 보고서(2017)에서 한국은 규제의 60%정도가 중소기업에 관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OECD는 한국경제보고서(2016)에서 한국의 산업규제는 OECD에서 4번째로 엄격하고, OECD국가의 탈규제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며 주요 국가의 규제정책에 비해 크게 뒤지고,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가 심해 제조업의 4배나 되며 서비스업의 진입장벽 규제는 생산성을 높이는데 장애가 되고, 규제가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부담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훨씬 크다고 지적한다.

◆‘중소기업을 먼저 생각하라(Think Small First)’ 유럽도 바뀌고 있다

규제를 1인 사업체부터 초대형기업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그 기준은 어떻게 될까? 사업체 분포 상 중간에 위치한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을 염두에 두게 되므로 높아진다. 이를 준수하는데 드는 비용은 소기업일수록 커진다.

규제가 복잡하고 행정적인 일도 많아 전담 직원을 두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범법의 위험 부담까지 커진다. 규제 강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규제의 준수능력’ 격차를 키우고 ‘준수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낙인효과의 문제까지 생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유럽도 바뀌고 있다. 유럽은 경제민주화 요구가 강했고 규제가 많았는데 지금은 경제정책의 핵심을 중소기업에 대한 규제 부담을 최소화해 혁신을 촉진하는데 두고 있다. European Commission(2011)은 새로운 법안을 만들 때 ‘중소기업을 먼저 생각하라(Think Small First)’는 원칙하에 중소기업에 대한 법 적용의 예외와 중소기업 맞춤형 입법을 따르고 있다.

◆함부로 경제민주화를 말하지 마라

한국의 경제민주화는 정치의 횡포인가?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면서 규제 입법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손영화교수·강동욱교수(인하대법학연구소, 2014)의 지적대로 경제민주화 입법이 과잉규제로 흐르고 정상적인 기업경영을 저해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가 대기업의 피해와 중소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저하시켜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부터 받았던 기술이나 경영지원이 차단되는 문제에 부딪치고 있다. 어슬픈 경제민주화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를 키우고 고용불안과 소득불평등도 커지게 만들어 ‘경제민주화의 역설’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연합군의 요구로 독일과 일본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게 된다. 두 나라의 경제민주화 발향은 달랐지만 한국처럼 헌법으로 국가의 중소기업 육성을 의무화하지 않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하거나 규제하는 법률도 많지 않다. 그런데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크지 않다.

◆경제와 정치의 관계는?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관계에 대한 실증 연구에 의하면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바뀔 때 정치가 경제성장에 기여하지만(MIT대학의 Acemoglu교수 팀( 2014)에 의하면 GDP 20% 증가) 민주주의가 자리 잡힌 이후에는 정치적 권리의 확대가 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하버드대학의 Barrow교수, 1997). 정치의 영역에 놓인 민주화가 투자와 소비 그리고 인적자본 투자 등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지만 한국의 경제민주화처럼 정치가 경제에 섣부르게 개입하고 잘못 섞이면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와 정책의 결정은 결국 정치의 영역이지만 경제에 대한 정치의 인기영합주의적인 개입은 성장을 저해한다. 경제민주화라는 약을 잘못 처방하면 한편으로는 과도하게 지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하게 규제해 결국 Acemoglu교수팀(2016)이 말하는 재산권을 침해하고 자유로운 계약을 방해하며 높은 진입장벽을 치는 탈취적 경제제도를 만들 수 있다. 남미국가들이 경제민주화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인기영합주의가 판을 쳐 성장과 분배가 모두 악화된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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