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기자
  • 입력 2017.10.12 11:45

8개 금융계열사 정리는 '과제'…"중간금융지주사 도입 기대한다"

롯데지주 CI

 

[뉴스웍스=박경보기자] 롯데그룹의 롯데제과 등 4개 상장 계열사의 투자부문이 합병된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12일 공식 출범했다. 롯데는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됐다.

롯데그룹은 12일 오후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에서 비공개로 열리는 공식 출범식에 앞서 오전 10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는 인사말에서 “오늘은 50년 롯데그룹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뜻깊은 날”이라며 “지주회사 설립을 준비한 지난 2년 여간 여러 우려가 있었으나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뉴 롯데’가 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주회사는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가 12일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박경보기자>

롯데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복잡했던 순환출자고리가 대폭 줄어들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게 됐다. 기존 50개였던 롯데그룹의 순환출자는 13개로 축소됐고 나머지도 향후 6개월 안에 대부분 정리될 예정이다. 

아울러 신동빈 회장의 롯데그룹 경영권을 더 공고하게 만들 발판도 마련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신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13.0%(최대주주)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은 0.3%에 불과하다

롯데의 주주중심의 경영문화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인해 저평가됐던 기업가치에 대해 시장이 긍정적인 재평가를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또 사업과 투자가 분리돼 경영효율성도 높아지면서 사업구조를 미래사업을 발굴할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그간 ‘친일기업’이라는 오명을 썼던 롯데그룹의 이미지를 개선할 기회도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지주 주식회사는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롯데제과의 투자부문이 나머지 3개사의 투자부문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분할합병비율은 롯데제과 1을 기준으로 롯데쇼핑 1.14, 롯데칠성음료 8.23, 롯데푸드 1.78이다.

롯데지주의 자산은 6조3576억원이며, 자본금은 4조8861억원 규모다. 롯데지주에 편입되는 자회사는 총 42개사이고, 해외 자회사를 포함할 경우 138개사에 이른다. 롯데 측은 향후 공개매수, 분할합병, 지분매입 등을 통해 편입계열사 수를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지주 심볼 배지. <사진제공=롯데그룹>

롯데지주의 대표이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이 공동으로 맡기로 했다. 두 대표이사 외에 사내이사로 이봉철 경영혁신실 재무혁신팀장(부사장)이 선임됐다. 롯데지주는 가치경영실, 재무혁신실, HR혁신실, 커뮤니케이션실 등 6개실로 구성되며 전체 임직원수는 170여명 규모로 출범한다.

사외이사진은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권오곤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총회 의장, 곽수근·김병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등 4명으로 꾸려졌다.

롯데그룹은 이날 열린 간담회를 통해 롯데지주의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롯데지주는 지주회사가 별도의 사업 없이 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관리하는 순수지주회사로 출발한다.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영평가와 업무지원, 브랜드 라이선스 관리 등의 역할을 맡는다. 또 그룹의 향후 사업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신규사업 발굴 및 M&A 추진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롯데지주는 순수지주사이지만 앞으로 해외사업 등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임병연 롯데그룹 가치경영실장 부사장은 “순수지주사이지만 앞으로 신사업이나 해외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검토하겠다”며 “계열사에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의 걸림돌이었던 금융사 정리 문제는 일단 롯데카드‧롯데캐피탈 등 금융사를 지주사에 편입하기로 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 지분은 2년 안에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봉철 롯데그룹 재무혁신실장 부사장은 “8개의 금융계열사가 지주사에 편입된다”며 “아직 중간금융지주사 도입 입법화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추이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만약 중간금융지주사 허용이 되지 않는다면 매각 또는 합병 등을 통해 정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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