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0.21 08:00

젊어진 디자인·고급사양 등 한국 맞춤모델…수출은 '과제'

젊어진 디자인으로 월간 판매량 1만대를 달성한 현대자동차 준대형세단 '그랜저IG'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외모를 갖춰 ‘부의 상징’으로 기억되던 현대자동차 준대형세단 그랜저가 ‘아빠차’가 아닌 ‘국민차’ 반열에 올랐다. 지난 1986년 첫 출시 후 무려 6세대 만에 월간 판매량 1만대를 돌파하며 판매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6세대 그랜저인 ‘그랜저IG'는 지난달 1만1283대가 판매돼 2위 쏘렌토(1만16대)를 누르고 왕좌에 올랐다. 올해 누적 판매량으로 보면 무려 10만4246대가 팔려 이미 연간 목표를 달성했다. 올해 내수 시장에서 10만대가 팔린 차종은 그랜저가 유일하다. 현대차는 그랜저의 내수 대기 물량 때문에 수출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할 정도다.

국내 준대형세단 시장에서는 사실상 그랜저의 적수가 없다. 지난달 기아차 K7은 3410대가 팔렸고, 르노삼성의 SM7은 고작 413대가 팔렸다. 한국지엠의 임팔라는 227대에 그쳐 존재감 조차 잃었다.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그랜저의 고공행진의 비결은 ‘젊어진 디자인’이 첫 손에 꼽힌다. 그랜저는 지난 30년 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고급 대형차로 군림해왔다. 2001년 출시된 3세대 그랜저(그랜저XG)부터 다소 급이 내려가긴 했지만 ‘고급’ 이미지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특유의 중후함 때문에 젊은 세대가 접근하기에는 다소 벽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직전 세대인 그랜저HG만 보더라도 30대가 운전대를 잡으면 영락없이 ‘아빠차’를 몰고나온 꼴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출시된 신형 그랜저(그랜저IG)는 더욱 젊어진 디자인으로 구매력을 가진 젊은세대와 눈높이를 맞췄다. 현대차에 따르면 그랜저IG의 구매 연령 중 절반이 3~40대 젊은층이다. 기존 그랜저 시리즈들이 5~6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그랜저IG'의 실내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특히 그랜저IG는 하이브리드‧디젤‧LPG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으로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힌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지난달 기준 누적판매량 1만1661대를 돌파해 올해 목표를 넘어섰다.

업계에 따르면 그랜저는 한국 소비자 취향에 정확히 들어맞는 ‘맞춤형’ 차종이다. 그랜저는 수입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도 넓은 실내와 고급 사양으로 무장해 높은 상품성을 확보했다.

그랜저는 3055만원이면 기본사양을 살 수 있다. 기존 ‘국민차’ 지위를 오랫동안 누렸던 중형세단 쏘나타의 최고사양이 3253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같은 값이면 그랜저”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기본 체면상 소형차는 구매하긴 싫고 비싼 수입차를 구입하기도 망설여지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그랜저’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랜저IG'의 측후면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특히 한국은 체면을 중시하는 특유의 문화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고급차와 대형차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고급차의 대명사인 벤츠가 올해 본토인 독일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팔렸을 정도다. 이처럼 대형차를 선호하는 자동차 문화와 고급사양을 중시하는 소비자 경향까지 더해지면서 젊어진 그랜저는 그야말로 날개를 단 셈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랜저에게도 과제는 있다. 그랜저는 국내시장에서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이고 있지만 수출은 ‘깜깜 무소식’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홍보팀 관계자는 “그랜저는 시장성을 이유로 미국시장 판매는 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른 국가들은 중동 등을 중심으로 수출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현대차의 태도는 “국내에서 잘 팔리는 차종에 대해 굳이 수출에 연연해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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