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윤 기자
  • 입력 2017.10.23 10:58
<박지윤 기자>

[뉴스웍스=박지윤 기자] 문재인정부 들어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키워드는 ‘상생’이다.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간의 관계가 갑과 을이 아닌 수평적 상생관계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대기업들은 줄이어 다양한 상생 정책을 시행하겠다며 '상생하는~'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렇다면 과연 상생의 경제는 잘 실행되고 있는 걸까.

지난 19일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A치킨은 가맹업체에 공급하는 치킨 튀김유를 시판 가격보다 2배나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에 A치킨은 가맹점에 공급하는 튀김유는 일반 해바라기유가 아닌 고올레산이 80% 함유된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를 사용하며 가맹점에 제공하는 가격 역시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가격과 비슷하다는 반박자료를 냈다. 과연 A치킨의 설명은 상생의 경제에 적합한 것일까. 한발 더 들어가 보자.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한 가맹점주는 “평균 (닭을) 하루에 50마리 정도를 튀기는데 일주일이면 식용유를 5통 정도 사용하므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본사에서 공급하는 튀김유의 가격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준다면 가맹점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공급하는 식용유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라며 “가격을 위해 품질이 떨어지는 식용유를 공급하면 소비자가 맛의 차이를 금방 알아챈다. 닭의 공급가격이나 품질의 차이가 없다보니 튀김유 품질로 승부하기 위해 비싸더라도 고급 식용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식용유의 원작물을 국내에서 생산하기 힘들다. 특히 고급 식용유은 유지작물이나 추출원유를 해외에서 수입해 정제한 뒤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식용유의 가격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전문 수입업체와 장기 계약을 하거나, 아니면 수입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원작물의 가격변동 여파를 최대한 줄이고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려는 시도이다.  

그렇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계열사 수입업체로부터 구매하거나 계약에 의해 대량 구매해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시중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소비자 가격과 같다는 것은 좀 더 싼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상생'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좋은 품질의 통닭을 위해 값비싼 식용유를 사용한다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입장을 백번 양보하더라도 오롯이 그 가격부담을 가맹점주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상생이 아니다. 한 가맹점당 한 달 평균 20통의 식용유를 사용한다면 수천개의 가맹점에 식용유를 공급하면서 얻는 본사의 이익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식용유값을 공개하지 않고 가맹업체에 묻지마식으로 공급, 판매하는 것은 서로 잘되자는 의미의 '相生'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라는 높은 위치에서 위만 잘살자는 '上生'이 아닐까. 

본사 입장에서 가맹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가맹점의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면 가맹점 수는 자연히 늘어나고 본사는 그로 인한 로열티를 얻는 진정한 상생을 꾀해야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 거위와 황금알을 모두 잃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말아야 한다. 가맹점이 잘돼야 본사도 잘된다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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