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수정 기자
  • 입력 2017.10.23 14:40

1997년 보라매 사건이 시발점…대법원, 2009년 우리나라 첫 존엄사 인정

23일 복지부가 임종 과정중인 환자가 연명치료 거부 계획서를 통해 존엄사를 실현할 수 있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이수정 기자] 보건복지부는 23일 회생이 불가능한 임종 과정의 환자가 치료를 스스로 포기할 수 있는 존엄사(연명의료결정법)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존엄사 논쟁은 1997년 이른바 '보라매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사건은 뇌수술을 받은 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환자를 부인의 강력한 요구로 퇴원시켰다가 결국 사망에 이르러 의료진·유가족 모두 처벌 받은 사건이다.

당시 '보라매 사건'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존엄사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었다. 생명 존중이라는 윤리적 관점과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권리라는 관점이 팽팽히 맞섰다. 여기에 보라매 사건으로 의료인이 지켜야 할 '생명 유지 의무' 문제까지 더해져 존엄사는 우리 사회에 항상 뜨거운 감자였다.

국내에서 존엄사가 처음 인정된 것은 2009년이었다. 그해 5월 국회는 발의와 논의를 통해 '무의미한 연명 치료 중단'이란 합의에 이르렀고 대법원도 존엄사를 인정했다.

당시 김 모 할머니 환자 가족이 '품위 있는 죽음을 맞고 싶다'는 할머니의 유언을 토대로 치료 중단을 요청했지만, 병원이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 이에 가족들이 병원을 상대로 '치료중지 가처분'과 민사소송, 헌법까지 제기했고 대법원은 2009년 5월 21일 '연명 치료 중단'을 승인했다. 이는 우리나라 첫 존엄사 인정 사례다.

이후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끝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에서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인정되는 추세의 영향을 받아 '소극적 존엄사'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게 된다.

이어 지난해 2월, 2018년 2월 시행을 예정으로 한 '웰다잉(Well dying=존엄사,연명의료결정법)'법이 제정됐다. 웰다잉 법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 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법이다.

세계적으로는 영국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나아가 네덜란드와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 일부 유럽국은 웰다잉법과 안락사 모두 합법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23일부터 시행되는 시험사업이 끝나면 2018년 2월부터 '웰다잉법'이 정식으로 발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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