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0.23 15:30

어기구 의원 "사실상 본사책임이어서 배상청구 못해"

신고리 원전 전경. <사진출처=한국수력원자력>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에 대한 유지보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여러 ‘꼼수’를 부린 사실이 국감을 통해 뒤늦게 드러났다. 

원전의 고장 정지에 대한 책임이 한수원에 있음에도 납품업체에 떠넘겨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수원은 납품업체에 원전고장 정지에 대해 배상청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어기구(충남 당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2~2017년 8월까지 고장부품 하자처리내역’에 따르면 총 45건의 원전 고장 정지 중 26건이 부품·제작·설계·시공 결함 등 불량부품 납품업체 책임이었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 가운데 손해배상을 일부라도 받은 건은 총 11건에 불과했다.

납품업체 책임으로 분류된 고장원인으로 인한 한수원 손실액은 부품교체 및 수리비용 14억원과 원전 정지기간 동안 발전소를 가동했다면 한수원이 받았을 발전 정산금 상당액인 ‘발전손실’ 5204억원 등 총 5218억원이다. 

그러나 한수원은 피해 배상액으로 부품교체 수리비 13억원과 발전손실 82억원 등 총 95억원만 돌려받았다. 전체 손실액 5218억원 대비 1.8%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마저도 한수원 피해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발전손실에 대한 청구는 11건 중 2건 뿐이었다.

한수원은 이에 대해 “하자보증기간 만료로 책임이 종료하거나 고의적인 불법행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납품업체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계약내용에서 정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이 납품업체 책임으로 인한 원전 고장정지로 분류하고도 손해배상 청구조치를 하지 않은 15건의 원전부품 보증기간은 짧게는 3개월에서 12년까지 보증기간을 넘긴 사례들이다. 하지만 어 의원은 부품보증기간이 만료한 후에 원전 고장이 발생했다면 원전에 대한 유지·보수 책임을 태만하게 한 한수원의 책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어 의원은 “한수원이 업체측 책임인 것처럼 분류한 원전 고장정지 원인들의 상당수가 천문학적인 피해액에 대한 원전 유지 보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며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그 책임소재를 명백히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수원은 지난 6월 500억원 규모의 임원 배상책임 보험에도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책임을 피하고 각종 소송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 해석이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곽대훈(자유한국당, 대구 달서갑) 의원이 22일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한수원은 지난 6월 3억3000여만원을 내고 500억원 한도의 책임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배상 책임보험은 임원이나 이사의 결정으로 주주가 손해를 입었을 때 발생하는 손해배상을 대신 보전해 주는 상품을 말한다.

이에 대해 곽 의원은 “정부 방침이 탈원전으로 정해지면 배임에 해당할 수 있어 책임배상을 회삿돈으로 보전하려고 한 조치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한전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 주주 소송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책임보험에 가입한 것은 노조 또는 시공사들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비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위험과 원전 수출 등과 관련한 위험이 있어 가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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