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0.23 16:47

카젬 사장 관련질문에 "정상화 최선" 답변만 되풀이

카허 카젬 한국지엠사장 <사진=한국지엠>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한국지엠의 한국시장 ‘철수설’이 국정감사를 통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철수설'에 부정하지 않고 애매한 반응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카젬 사장은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카젬 사장은 이 자리에서 국감위원들의 수 차례 반복된 철수 관련 질문에도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지상욱 (바른정당, 서울 중구성동구을) 의원이 "이 자리에서 철수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카젬 사장은 "나를 포함한 경영진들은 현재 한국GM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답변에 지 의원이 또 다시 "철수 여부에 대해 예스나 노로 답변해 달라"고 되물었으나 카젬 사장은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된 쉐보레 말리부가 조립 라인을 거쳐 최종 검수라인을 통과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지엠>

한편 지 의원은 한국지엠의 경영 위기가 국내 자동차회사의 평균 매출원가율보다 높은 매출원가율을 책정해 손실을 키워왔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내놓았다. 지 의원은 이날 열린 국정감사에서 한국지엠의 자료를 인용해 “2013년 1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한 뒤 이듬해 큰 폭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며 “높은 매출원가율이 경영 위기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지 의원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최근 3년간 평균 93.8%의 매출원가율을 책정해왔다. 현대기아차, 쌍용,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업계 평균보다 무려 13.7%p나 높은 수치다. 이에 지 의원은 "한국지엠은 미국지엠 본사에 거의 원가로 모든 물량을 넘겨주는 제살 깎아먹기식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 의원은 "미국지엠 측에 높은 금리로 이자를 퍼주고 부당하게 관리비용을 넘겨주니 살아날 수 있겠느냐"며 한국지엠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의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 의원에 따르면 한국지엠이 업계 평균인 80%의 원가율을 적용하면 6600억원의 당기순손실은 오히려 1조원의 흑자로 바뀐다. 이에 그는 "이전가격(기업 간 원재료·제품·용역 공급 시 적용가격)에 대해 국세청 세무조사를 요청하고 싶은데 받아들이겠느냐"며 카젬 사장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카젬 사장은 "이전가격에 대해 세부내용이 필요하다면 제출하겠다"며 "이전가격 정책은 글로벌 기업 간에 흔히 사용하는 정책이며 합리적이고 정책적인 가격정책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지엠이 미국지엠 본사에 지불하고 있는 높은 이자 대신, 출자전환 형태의 배당 지급으로 바꿀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한국지엠의 누적적자는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2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역시 극심한 판매부진으로 1조원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내수시장서 8991대 판매에 그쳐 9465대를 판 쌍용차에게 처음으로 내수 3위 자리를 빼앗겼다. 한국지엠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총 10만2504대를 판매했는데 지난달 같은 기간(10만2504대) 대비 36.1%나 급감한 수치다.

이처럼 내수시장에서 급격하게 자리를 잃고 있는 한국지엠은 올해 들어 ‘철수설’에 휘말렸다. 미국GM 본사가 올해 수익성이 낮은 유럽과 인도, 남아공 등에서 잇따라 철수하며 글로벌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부임한 카젬 사장이 인도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정리한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돼 왔다. 한국지엠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 역시 “철수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주장해 ‘철수설’을 부채질했다.

게다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카젬 사장이 ‘철수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닌지 자동차업계가 잔뜩 긴장하는 모양새다. 만약 한국지엠이 철수하면 본사와 협력사를 포함한 30만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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