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재필기자
  • 입력 2015.12.01 18:14

'자전거래'로 수익금 보전 …5년간 수백억 부당이득

 

현대증권이 정부에게서 위탁받은 기금을 불법적으로 운용해오다 검찰에 적발됐다. 이 회사는 우정사업본부 등 정부 기관으로부터 투자금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사전수익률을 약속하고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수익률을 보전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5년간 이런 방식으로 운용한 정부 기금만 무려 5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박찬호)는 1일 정부기금을 불법 운용한 혐의(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로 현대증권 전 고객자산운용본부장 이모(55)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전 신탁부장 김모(51)씨 등 3명은 벌금 7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약식 기소는 검사가 피고인을 재판에 넘기는 동시에 벌금형에 처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방식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이 회사 랩(Wrap)운용부장 박모(53)씨와 공모해 2009년 2월~2013년 12월까지 우정사업본부와 고용노동부 등의 자금을 받아 운용하면서 9567회에 걸쳐 불법 자전거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전거래란 한 증권사가 한 종목을 동일한 종류로 동일 수량에 동일 가격으로 동시에 매매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전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자전거래를 금지하지 않으면 증권사 입장에서 고객별 중요도에 따라 수익률 몰아주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이들은 정부기금을 유치하기 위해 기금 담당자들에게 다른 경쟁 증권사보다 높은 연간 3.15%의 수익률을 약속하며 자금을 위탁받았다. 위탁받은 자금을 기업어음(CP)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을 매입해 운용하다가 만기가 다가오면 자전거래를 통해 수익률을 보전해주거나, 회사의 영업이익으로 투자자의 이익을 보전해주는 돌려막기식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면 랩 계좌에 담긴 CP와 ABCP를 시장에 매도해 수익금을 지급해야 하는게 원칙이지만, 현대증권은 회사가 위탁 운용하고 있는 다른 랩이나 신탁상품에 CP와 ABCP를 비싼 가격으로 매도(자전거래)해 발생한 차익으로 수익금을 지급했다.

이런 방식으로 현대증권이 챙긴 수익금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자에게 수익률을 사전 약정하는 것 자체가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기 위해 돌려막기식 자전거래를 한 것도 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만약 자전거래를 하다가 금리가 갑자기 오르는 등 예기치 못할 사태가 생기면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투자금을 유치할 수 없고 자전거래가 끊겨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금융업계에서는 자전거래를 관행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업계의 고질적인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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