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동헌기자
  • 입력 2017.10.24 13:55
여배우 A씨의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덕제(사진) 씨가 출연한 막돼먹은 영애씨의 한 장면. <사진=방송캡처>

[뉴스웍스=이동헌기자] '조덕제 성추행 논란' 피해 여배우 A씨 측이 기자회견을 갖고 심경을 밝혔다.

24일 서울시 종로구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열린 '남배우A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환영 기자회견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측은 '인정받고 다름이 이해되다'라는 제목의 피해 여배우 A씨의 편지를 대신 읽었다. 

여배우 A씨는 "이번 기자회견이 사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기회가 되기를, 나아가 영화계 관행 등으로 포장된 각종 폭력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사건이 단순히 가십으로 소비되지 않고, 연기자들이 촬영 과정에서 어떻게 성폭력에 노출되고 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연기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되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경력 15년이 넘는 연기자다. 돌발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전문가다. 하지만 당시 패닉 상황에 빠져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제서야 왜 피해자들이 신고나 고소를 망설이는지 알게 됐다. 나는 폭행과 추행을 당했다"며 "연기 경력이 20년이 넘는 피고인 동의 없이 추행을 지속했다. 사전에 상대 배우와 논의하고 동의를 얻는 것이 합의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나와 합의하지 않은 행동을 했다. 이런 것이 영화계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옹호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였음이 연기 활동에 장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자기 분야에서 삭제되거나 쫓겨나는 피해자들에게 저는 희망이 되고싶다. 연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제 방식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 연기를 포기하지 않고 제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싸우고 연대하려 한다. 억울하고 분하며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숨을 고르며 말하기를 시작하겠다.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 입니다"라고 글을 마쳤다.

한편, 여배우 A씨가 직접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에 대해 공동위 측은 "피해자 분은 현장에 오시지 못하게 됐다. 일단 피해자가 보낸 편지를 대독하는 것으로 하겠다"며 "오늘 새벽까지도 편지를 수정하셨다. 이 자리에서 발언을 하시고 싶어 하시는 의지가 크셨다"고 설명했다.

앞서 여배우 A씨는 조덕제를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고소했으나 2016년 12월에 열린 1심 재판에서 법원은 무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조덕제에게 징역1년, 집행유예 2년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이에 조덕제는 항소심에 대해 불복해 결백을 주장하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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