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0.30 06:00

"오일까지 순정부품만 사용" 무리한 서비스 규정도 문제

아반떼AD 디젤 차량의 엔진룸 <사진출처=현대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자동차가 출고한지 1년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아반떼 차량에서 '엔진 결함'이 발생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순정 엔진오일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상수리를 거부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차량사용설명서에 '자사 직영서비스센터나 블루핸즈를 이용하지 않고 순정부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무상수리가 불가하다'는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문구를 삽입해 놓고 소모품인 엔진오일까지 이 규정을 적용해 전문가는 물론 소비자들에게 빈축을 사고 있다. 

경기 양주시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해 4월 현대자동차 '아반떼 AD' 디젤차량을 구입했다. 이 기간 동안 약 4만㎞를 주행한 A씨는 최근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주행하던 도중 갑자기 차량이 멈춰서 큰 사고를 당할뻔 했다. 

A씨는 곧바로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현대차북부사업소에 차량을 입고하고 거세게 항의한 후 수리를 의뢰했다. 사업소의 정비결과 A씨 차량은 "메탈베어링·크랭크축·연료실린더 등이 모두 파손돼 엔진을 교체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차량의 엔진 및 동력 주요부품 보증기간이 5년(10만㎞)이어서 당연히 무상수리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차량정비를 담당한 현대북부사업소 정비2그룹 정비사는 “현대서비스센터에서 엔진오일을 갈지 않아 엔진이 고장났다. 엔진보증수리가 되지 않으니 수리비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엔진교환 비용 300만원(부가세 별도)과 공임비 100만원을 더해 총 500만원 가량의 수리비를 요구한 것.

A씨는 차량의 성능과 내구성 등을 위해 '아르데카, '쉘' 등의 정유사가 생산하는 5W30 규격의 고급 합성유를 사용해 왔다. 그는 차량관리를 위해 주행거리 5000㎞마다 평균 15~20만원의 가량의 비용을 지출하며 이들 합성유를 주기적으로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정비사는 “현대 서비스센터에서 순정엔진오일이나 필터류를 갈지 않은 고객 책임”이라며 오히려 A씨에게 따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는 “이번 엔진고장은 명백한 차량결함인데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순정오일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도 안되는 꼬투리를 잡아 무상수리를 거부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반떼AD에 사용설명서에 기재돼 있는 서비스 관련 안내사항. 순정부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무상수리가 불가능하다고 적혀있다.

이에 대해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엔진오일은 등급과 규격만 맞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1년 반 밖에 되지 않은 차량에 중대한 엔진결함이 발생한 것은 명백한 제조사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령 규격에 맞지 않는 엔진오일을 사용했더라도 이 같은 엔진 고장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 명장은 "엔진오일을 차량제조사 정비센터에서만 교환해야한다면 일반 정비업체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며 "사용설명서 규정은 제조사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매우 불공정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 역시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순정오일보다 품질이 더 좋은 제품들이 시중에 많고 특히 가짜오일 등 문제가 생길 제품이 유통되지 않는다"며 "단순히 순정부품을 쓰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무상수리를 거부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법은 여전히 제조사 중심이기 때문에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지 못하다"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들이 속히 마련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법리적 해석 역시 마찬가지다. 한문철 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 대표변호사 역시 "가짜오일을 사용해 고장이 발생했다면 거부 사유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현대 측 주장은 비겁한 변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용설명서 내용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차량 구입 시 미리 관련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줬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아반떼AD 동호회에서 회원들로부터 조언을 얻고 사업소 주재원과 상담을 거쳐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블루핸즈에서 무상수리를 진행했다. 그러나 A씨 차량은 엔진 수리가 완료된 지난 24일 시운전때 또 '미션 고장'이 발견돼 현재 수리 대기 중이다. 

A씨는 "고속화 도로에서 엔진 고장으로 큰 사고를 당할뻔한 것은 물론 차량 결함으로 정신적으로 큰 고통과 시간·금전적 손실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사과는 커녕 수리조차 거부했다"면서 "다시 차량을 구입한다면 현대차는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엔진오일 교환은 순정부품 또는 제조사가 인정한 품질 이상의 엔진오일을 사용해야 한다"며  "당사 서비스 네트워크에서 교환하는 경우 엔진오일 교환/점검 이력을 확인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오일 교환주기나 교환 여부, 엔진 오일의 품질 등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별도로 교환 이력이 확인돼야 보증 수리 등이 가능하다"고 반론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