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양민후 기자
  • 입력 2017.10.28 08:00

의견서전문 번역 "연구진행중 결과 나올때까지 사용 자제"

[뉴스웍스=양민후 기자] 최근 미국 LA카운티 고등법원은 존슨앤존슨 베이비파우더의 발암 가능성을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서 존슨앤존슨은 4억17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손해배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본지 26일자 보도)

무엇보다 존슨앤존슨사로서는 베이비파우더가 발암물질이라는 누명(?)을 벗어났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다. 그렇다면 베이비파우더는 전혀 발암 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먼저 이번 판결에 영향을 미친 미국암협회의 자료를 보면 베이비파우더가 암을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1970년 이후부터 생산된 제품에선 폐암을 일으키는 아스베스토스라는 성분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화장품에 들어가는 탈쿰이 난소암이나 다른 암을 유발한다는 개연성은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자료는 몇 가지 의문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개인에 따라 암 발생율이 미미하게 올라간다는 것이다. 암과의 연관성을 찾을 정도는 아니지만 연구진이 이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또 암협회는 “폐경기 여성에서 자궁내막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논문이 있다”며 “좀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결론적으로 이 자료는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는 빈약하지만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니 걱정이 된다면 명확한 결과가 나오기까지 사용을 자제하라”고 판단을 유보했다.  

뉴스웍스는 독자의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암협회의 의견서 전문을 번역·전재한다. 

탈쿰 파우더란 무엇인가

탈쿰은 탈크와 미네랄로 이뤄져 있다. 탈쿰은 가루의 형태일 때 공기 중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이있어 피부의 유분기를 없애주고, 부드럽게 해준다. 따라서 발진(피부표면의 작은 종기) 등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이 같은 성분을 이용해 각종 화장품과 아기·성인용 파우더에 널리 쓰인다.

탈쿰의 주성분인 탈크는 자연상태에서 아스베스토스라는 폐암을 유발하는 성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1970년부터 아스베스토스 성분이 정제된(제거한) 탈크를 쓰는 제품만이 시중에 판매 허가되고 있다.

사람들이 탈쿰과 암의 관계를 걱정하는 내용은,

1. 탈크를 채굴하는 광부와 같이 매일 노출되면 폐암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아닌가.

2. 생식기 주변에 탈쿰 파우더를 자주 사용하는 여성은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이 아닌가 등이다.

탈쿰 파우더가 암을 유발할까

탈쿰 파우더가 발암물질인가를 물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탈크의 아스베스토스 포함 여부다. 아스베스토스를 함유하고 있는 탈크는 호흡기를 통해 들이마실 때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스베스토스 성분을 함유한 탈크를 사용하는 회사는 없다. 그렇지만 회사들이 아스베스토스가 함유되지 않은 탈크를 사용하는지는 불투명하다.

연구원들은 2개의 주요 연구결과를 토대로 탈크가 발암물질인지를 조사했다.

1. 연구실 : 연구실에서는 동물들에게 탈쿰 파우더를 투여해 종양의 발생여부 등 건강문제 를 체크했다. 또 연구원들은 시험관에 건강한 세포를 파우더에 노출시키고 암세포가 생기는지에 대한 관찰을 했다. 이런 종류의 결과가 항상 사람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지만 파우더의 실제 접촉이 암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좋은 정보를 줄 수는 있다.

2.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 탈크에 노출된 회수에 따른 암 발병 비율을 조사했다. 탈크를 자주 접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나눠 비교 분석했다. 하지만 각 그룹을 파우더에 노출시키는 것 외에 다른 변수가 작용했을 수도 있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긴 힘든 실험내용이다.

각각의 실험이 개별적으로 분명한 증거를 제공하진 않아서 연구원들은 연구실 실험과 인체시험을 동시에 관찰하며 실험을 진행했다.

1. 연구실 : 쥐, 햄스터, 토끼 등에게 아스베스토스가 미포함된 탈크를 투여한 결과는 다소 복합적이다. 몇몇은 암 종양이 생겼고, 몇몇은 여전히 건강했다.

2. 인체실험

난소암: 탈쿰 파우더 입자가 질을 통해 자궁, 나팔관 등으로 유입된다면 난소암을 유발할지 모른다는 추측이 있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많은 연구는 탈쿰 파우더와 난소암의 연관 가능성에 주목했지만, 결과는 복합적이다. 대조군과 함께 조사한 많은 연구에서 암발병률이 미미하게 올라간 정도에 그쳤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연구결과는 믿을만한 정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몇 년 전에 얼마나, 자주 탈쿰 파우더를 사용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Two prospective cohort 연구의 경우에는 편향되거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하진 않지만, 연구결과에서는 탈쿰 파우더가 암 발병에 미치는 연관성에 대해 발견하지 못했다.

개인차에 따라 암 발병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매우 미미한 수준의 상승이다. 탈크는 여전히 많은 제품에 쓰이고 있어 발암물질인지를 밝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도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폐암 : 탈크를 채굴하는 사람과 파우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보다 폐암과 호흡기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밝혀졌다. 다소 생각해봐야 할 점은 위의 두 직업군은 자연상태의 에스베스토스를 포함한 탈크에 노출됐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품에 들어가는 탈크는 아스베스토스가 없는 정제된 형태다. 그리고 탈크를 채굴하는 광부의 경우는 탈크 뿐만 아니라 발암물질인 라돈에도 노출될 수 있으므로 정확하게 어떤 물질이 발병확률을 높였는지 알기 힘들다.

그리고 화장품에 들어간 탈쿰은 폐암과는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른 암 : 탈크와 다른 암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한 연구는 폐경기의 여성이 생식기용 탈쿰 파우더를 사용하면 자궁내막암의 발병률을 높인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다른 연구들에선 그런 관련성을 찾을 수 없었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몇몇 실험은 탈크를 들이마실 경우 위암 발병률을 높이는지에 대해 연구했지만 개연성을 찾지는 못했다.

전문가들 입장 : 국제 암연구회(IARC)는 국제보건기구(WHO)의 산하기관이다. 이 기관은 아스베스토스를 포함한 탈크를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그리고 아스베스토스가 포함된 탈크를 들이마시는 것은 암발병의 원인이라고 규정했다. 생식기 주변에 탈크 파우더를 사용하는 것이 난소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규정했다.

한편 미 독성물질 관리 프로그램(National Toxicology Program, NTP)은 탈크를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지 않다.

탈쿰 파우더에 적게 노출되려면?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에 포함된 탈쿰 파우더가 발암물질인지는 불명확하다. 여러가지 연구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비록 난소암과 탈쿰 파우더의 연관성을 보여준 연구도 있었지만 근거가 빈약하다.

만약 걱정이 된다면 더 명확한 정보가 나올 때까지 탈쿰 파우더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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