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1.12 08:13

유럽 베스트셀링카 클리오 vs 30년 역사 프라이드… 성공 키워드는 ‘차별성’

르노자동차의 클리오(왼쪽)과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오른쪽·수출명 리오) <그래픽=뉴스웍스>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소형 SUV가 국내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가운데, 침체된 소형 해치백 시장을 구원할 신차가 내년 상반기 두 모델이나 출시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의 클리오와 기아차 프라이드가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성공을 위한 열쇠는 ‘차별성’으로 꼽힌다. 젊은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특화된 상품성은 물론 소비자 트렌드를 파악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일반 소형차들은 설 자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국내 소형차들은 경차와 준중형차 사이에 낀 애매한 차급 때문인데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소형 SUV 시장까지 급성장한데다 차종들의 노후화로 최근에는 아예 존재감마저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해치백디자인이 주력모델인 탓에 세단과 SUV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팔린 소형차는 고작 747대 뿐이다. 현대차 엑센트가 544대 판매됐고, 한국지엠의 아베오는 203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엑센트와 아베오는 각각 지난 2011년 출시된 이후 세대 변경(풀체인지)될 시점이지만 후속 모델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이처럼 잔뜩 먹구름이 낀 국내 소형차 시장에 모처럼 만에 따뜻한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르노삼성의 클리오와 기아차 프라이드가 내년 상반기 동시에 출시되기 때문이다. 두 차종은 엄밀히 따져 완전한 신차는 아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성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르노자동차의 소형차 '클리오' <사진출처=르노자동차 홈페이지>

국내 시장에 들어오는 3세대 클리오는 이미 유럽시장에서 지난 2012년 출시돼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1세대부터 지금까지 글로벌시장에서 1300만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링카’다. 2년 전부터 프랑스 르노 본사에서 클리오의 한국 시장 도입을 저울질하다 물량 확보 문제로 내년 상반기가 되어서야 국내에 본격 출시될 예정이다.

르노의 대표차종으로 꼽히는 클리오는 올해 3분기까지 유럽 42개국에서 28만3283대가 판매돼 폭스바겐 폴로에 이은 2위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수입될 클리오는 1.5L 디젤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될 가능성이 높다. 클리오 디젤 모델의 공인 연비는 17km/L이며 적재공간은 300리터다.

르노삼성은 해치백형인 폭스바겐 골프가 한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는 만큼 클리오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앞서 박동훈 전 르노삼성 사장은 "QM3가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척했듯이 클리오로 새로운 트렌드를 열겠다"며 해치백의 장점을 충분히 알려 소형 해치백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 공언했다.

기아자동차의 소형차 '프라이드(수출명 리오)'

기아차 프라이드 역시 4세대 모델이 지난해 9월 유럽무대에서 첫 공개된 후 올해 초부터 '리오'라는 이름으로 유럽‧아시아‧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기아차에 따르면 프라이드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약 10만대 이상 팔려나가 수출 전략차종으로 입지를 굳혔다. 국내에는 소형 해치백의 수요가 적은데다 하반기 선보인 소형 SUV '스토닉‘과의 시장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시가 늦어졌다. 프라이드 역시 클리오와 비슷한 시기인 내년 상반기 국내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프라이드는 국내 소형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차종이다. 지난 1987년 국내 시장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어느새 30년이 흘렀다.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시점인 지난 2000년 잠깐 단종됐다가 5년 뒤인 2005년 2세대 프라이드가 출시됐고 2011년 3세대로 풀체인지 됐다. 프라이드는 올해 초 유럽서 먼저 출시된 4세대 모델을 통해 7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국내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프라이드도 클리오 못지않게 유럽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프라이드는 올해 3분기까지 유럽에서 총 12만2288대가 판매돼 시장 8위를 기록했다. 클리오와는 격차가 다소 벌어지지만 유럽 현지 경쟁 차종들과 비교해 상품성이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자동차 프라이드의 실내(위쪽)와 르노자동차 클리오의 실내.

클리오와 같은 해치백형으로 디자인된 프라이드는 1.6L GDI(직분사)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갖췄다. 3세대 모델 대비 전폭과 전장을 늘려 안정감 있는 디자인을 구현했고 325리터의 적재공간을 확보했다. 특히 소형차이지만 운전자보조장치(ADAS),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LDWS) 등 다양한 첨단사양을 적용한 것이 장점이다.

한편 클리오와 프라이드 두 차종이 침체된 소형차 시장을 부활시키려면 국내 젊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한 차별화된 판매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첫차로 국산 소형차 대신 수입 소형차를 선택하는 국내 젊은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수입차들이 저렴해진데다 국산차의 상품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과 고급화, 그리고 만족도 높은 서비스가 있어야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수입차, 소형 SUV, 준중형차 대신 소형 해치백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