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1.14 07:00

회사측 "행정적 오류" vs 환경부 "고의성 짙다" 입장 팽팽

지난 9일 국내서 판매 중단된 BMW M4 쿠페. <사진제공=BMW 코리아>

전문가, '조작장치 장착'한 폭스바겐 사태와는 달라

그동안 묵과관행 때문... 리콜 대신 과징금에 그칠듯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BMW‧벤츠‧포르쉐 등 수입 자동차사들이 인증서류 위‧변조 및 변경인증 미이행으로 거액의 과징금과 판매중지 행정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8월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가 터진 지 1년 3개월만에 또 다시 수입차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하지만 지난해 폭스바겐과 이번 문제는 사안의 경중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BMW를 비롯한 자동차 수입사 3사는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배출가스 관련 부품을 임의 변경하고도 사전 인증을 받지 않고 판매한 사실이 확인돼 지난 9일 행정처분을 받았다. 특히 BMW는 이와 더불어 배출가스 시험성적서를 위‧변조 한 사실까지 드러나 총 608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됐다.

BMW는 총 28개 차종의 인증 서류를 실제 시험한 차종 및 시험 시설에서 나온 수치와 다르게 기재해 위·변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BMW는 9일 이미 단종된 모델을 제외한 해당 7개 모델에 대해 자발적인 판매 중단을 실시했다. 인증서류가 위조된 경우 배출허용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인증취소 사유가 된다. 판매 중단 대상 모델은 미니쿠퍼 S 컨버터블, M4 컨버터블, M6 그란쿠페 등으로 BMW의 주력 차종은 아니다. 

환경부의 행정처분을 받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측은 “수입 프로세스와 인증 프로세스 간의 조율이 원활하지 못한 결과”라며 “인증이 나오기 전 일부 수입 통관이 이루어지고 변경인증 또는 변경보고가 누락된 채 일부 수입 통관이 진행된 것이지 고의적 서류 위변조는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BMW 관계자 역시 “과거 수입 절차를 위해 제출한 서류에서 미비점이 발견됐다”며 “해당 차종들은 해외에서 문제없이 정상적으로 배출가스 관련 규정을 모두 충족하고 있어 차량 자체의 운행과 안전에는 관계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차종의 수입을 위해 작성해야 하는 서류는 A4지로 1000여장에 이르는 상황이라 ‘휴먼에러(사람의 실수)가 발생한 것”이라며 “곧 제대로 소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9일 국내서 판매 중단된 BMW X1 xDrive 18d <사진제공=BMW 코리아>

하지만 환경부의 입장은 다소 차이가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BMW 측은 행정적 오류라며 항변하지만 이번 사안은 고의성이 짙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를 국내로 들여오는 수입과정에서 필요한 복잡한 인증절차를 임의로 간소화했다는 게 환경부 관계자의 입장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자동차 수입 시 필요한 인증 과정을 모든 차종에 대해 한 대씩 따로따로 받지는 않는다. 대신 유사 차종을 여러 대 묶어 대표 차종을 지정한 후 하위 차종들이 동시에 인증을 통과하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국가별로 이 대표차량은 차이가 있는데, BMW는 다른 나라 대표차종의 인증 서류를 우리나라에서 똑같이 제출하는 수법을 썼다. 비슷하다는 이유로 인증대상 차종이 아닌 다른 차종의 인증 서류를 제출했다는 이야기다.

수입차 업계의 이 같은 행태는 그간 묵인해 온 ‘관행’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자동차업계는 인증 승인 전 통관을 수입 진행하는 등 관행적으로 행정상 편의를 위해 이 같은 행태를 벌여왔다”며 “이는 이번에 행정처분 받은 수입사3사 뿐만 아니라 모든 자동차 수입‧제조사에 해당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관계 당국과 업계 모두가 잘못됐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관행적으로’ 이러한 일들을 벌여왔다는 주장이다.

또 이번 건은 지난해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만큼 큰 파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폭스바겐 사태와는 큰 차이가 있다”며 “관련 제도들이 안정화 되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에 적발된 인증서류 위‧변조 사례는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수입됐던 차종들이다. 지난해 폭스바겐 사태 이후부터 관련 규정과 단속이 엄격해졌기 때문에 지난해부터는 관련 건이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프리미엄 고급 이미지를 내세우는 수입사들이 브랜드 가치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리콜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벌금 내는 정도로 그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태와 올해 BMW 등 자동차수입사들의 인증변경 미이행 건은 ‘조작장치 장착’과 ‘서류 위‧변조’라는 차이가 있다. 지난해 폭스바겐은 디젤 차종들의 환경 인증 시험에서 불법적인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연비와 배기가스 배출 수치를 조작했다. 국내 기준으로 약 12만대의 차량이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판매됐고, 환경부는 지난해 8월 폭스바겐에 17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한국시장에서 1년 넘게 ‘개점휴업’ 중이다.

한편 폭스바겐의 과징금보다 BMW의 과징금이 휠씬 큰 이유는 관련 법규의 강화 때문이다. 환경부는 폭스바겐 사태 이후 지난해 7월 차종 한대 당 과징금 상한액을 10억원에서 100억원(지난해 7월 28일 이후 판매차종)으로 10배 늘렸다. 또 서류심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인증 시 확인검사(대표차종)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고 인증서류 위조 여부를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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