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1.19 06:00

"소비자 입맛에 맞는 신차 없으면 내년에도 같은 고민 할 것"

한국지엠의 SUV와 RV 라인업인 (좌측부터) 올란도, 트랙스, 캡티바.의 모습. 올란도와 캡티바는 재고처리를 이유로 생산이 중단됐다. <사진제공=한국지엠>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국내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동병상련’을 겪으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양사는 월간 판매량 1만대를 크게 밑돌며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지만, 이렇다 할 신차 계획도 없이 사경을 헤메는 중이다. 부진을 털기 위해 신차 출시가 절대적이지만, 양사 모두 ‘논의’만 있을 뿐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7672대를 판매해 2위인 기아차보다 무려 3만여대나 뒤처졌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창사 최초로 쌍용차에 밀린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지엠은 연이은 부진으로 ‘한국 철수설’까지 휘말린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GM의 자회사 오펠을 인수한 PSA그룹이 오펠 전량을 유럽에서 생산하기로 하면서 한국지엠의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지엠은 그간 국내 공장에서 일부 오펠 차종들을 생산해 수출해왔는데, 지난해 오펠에 수출한 물량은 약 13만대에 달한다.

특히 한국지엠은 쌓여만 가는 재고 문제로 중형 SUV 캡티바와 RV 올란도의 생산을 전격 중단했다. 한국지엠 측은 재고 처리를 위해 생산을 멈췄다고 하지만, 두 차종 모두 오래된 차종이고 판매량이 미미해 사실상 단종 수순으로 봐야 한다. RV와 SUV 라인업에서 트랙스만 홀로 분전하고 이는 상황이다.

르노삼성 역시 상황은 비슷한 실정이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7110대를 판매해 완성차5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르노삼성의 10월까지 누적 판매대수는 8만2282대로, 올해 판매 목표였던 12만대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극심한 노후화로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의 SM3(왼쪽)와 SM5.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특히 르노삼성은 노후화된 판매 라인업으로 인해 사실상 QM6와 SM6 단 두 차종으로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SM3, SM5, SM7 등 대부분의 차종들이 출시된 지 최소 5년 이상 지난 노후 모델이다.

더 큰 문제는 뾰족한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내년 각각 중형 SUV ‘에퀴녹스’와 소형차 ‘클리오’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뚜렷한 출시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지엠의 에퀴녹스는 판매물량을 미국에서 수입할지 한국에서 생산할지 노조와 합의하지 못했다. 르노삼성의 클리오 역시 물량확보 문제로 벌써 2년째 출시가 연기되고 있다. 판매물량 전량을 유럽에서 수입하기로 한 클리오는 유럽에서 인기모델이라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이 두 차종 외에도 ‘수혈’ 해야할 세그먼트가 한 둘이 아니다. 양사 모두 판매 차종들의 노후화가 심각해 상품성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양사는 최대한 빨리 신차를 들여오겠다는 방침이지만 글로벌 본사와의 협의과정 때문에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오래된 모델인 SM3를 대체하기 위해 르노 본사의 ‘메간’을 들여온다는 말이 나돌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메간은 프리미엄 모델이기 때문에 한국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엠 관계자 역시 “에퀴녹스를 비롯해 GM 본사의 다양한 차종들을 국내에 들여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확실히 정해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뚜렷한 신차 출시 계획이 보이지 않아 내년 역시 양사의 기상도는 매우 흐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내년 역시 반등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며 “신차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올해와 같은 고민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노동친화적인 정부 기조도 두 회사의 악재”라며 “노사분규를 해결하고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는 상품성 갖춘 신차를 하루빨리 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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