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5.12.03 11:05

요즘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 상황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급기야 야당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 교수가 “파국의 상황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이제 끝장을 향해 가고 있다는 얘기다. 화합과 단결은커녕 극심한 노선 갈등으로 야당이 곧 무너질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파국(破局)이라는 말을 이 뜻으로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조금은 따질 여지가 있는 단어다. 중국에서의 용례는 우리의 쓰임새와 전혀 다르다. 남의 의도, 술수, 권모 등을 깨뜨리고 상대를 꺾는다는 뜻이다. 왜 이리 다른 것일까.

우리가 사용하는 파국(破局)이라는 낱말의 풀이는 일본식 해석이다. 일본이 왜 이렇게 말뜻을 풀었는지는 조금 의아하다. 局(국)이라는 글자는 생성 초기 무렵에 이미 ‘게임’의 뜻을 얻었다. 바둑이나 장기, 그 외의 도박 등을 일컫는 말로 일찍 자리를 잡았던 셈이다. 

 

바둑판의 모습. 局(국)은 바둑과 장기, 나아가 각종 다툼과 싸움을 가리키는 한자였다.

따라서 이는 무엇인가를 두고 여러 사람이 벌이는 게임, 나아가 다툼, 더 나아가 전쟁의 의미까지 획득한다. 정치인들끼리 다투는 모습을 정국(政局)이라고 적거나, 그런 다툼의 모습을 국면(局面), 다툼 또는 싸움의 상황을 국세(局勢)나 형국(形局) 등으로 쓴다. 

우리가 부사적인 용법으로 자주 쓰는 “결국에는…”이라는 말도 한자로는 結局이다. 마지막 판의 모습, 정황 등을 일컫는 말이다. 당국(當局)이라는 낱말도 입에 자주 올린다. “행정 당국”이라고 할 때 등장한다. 그러나 원래는 그 일 또는 상황(局)을 맡은(當) 사람이나 기관 등을 가리킨다. 

우리는 그렇지 않지만, 중국은 게임과 다툼 등을 상정할 때 이 局(국)이라는 글자를 풍부하게 활용한다. 設局(설국)이라고 하면 게임의 상황을 설정하는 일이다. 미리 꾀를 내서 남을 그 게임 판으로 이끌어 들이는 일이다. 布局(포국)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런 틀을 미리 만드는 작업이다. 그를 좇아 들어가는 일이 入局(입국)이다. 

게임에서 떨어져 나오는 일이 出局(출국)이다. 영어 표현으로 옮기면 ‘아웃(out)’인 셈이다. 게임을 벌이는 일은 對局(대국)이다. 장기나 바둑을 함께 두는 일을 흔히 이 단어로 표현한다. 碁局(기국)도 마찬가지 말이다. 큰 게임의 판을 일컬을 때는 大局(대국)이다. 

게임은 게임대로 잘 푸는 사람이 좋다. 게임을 잘 모르면서 게임에 임한다면 그 판은 곧잘 깨진다. 게임의 법칙대로 용의주도하게 사안을 풀어간다면 묘수가 속출하면서 그를 보는 사람도 함께 즐거워진다. 그러니 게임은 게임대로 풀어가는 게 좋다. 

우리는 게임에 익숙한 편이 아니다. 제 고집만 부리면서 판을 깨는 사람, 욕심만 채우다가 큰 판을 읽지 못하는 사람, 편견만 가득해 남을 안아 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옆에서 볼 때는 큰 흐름이 보이는데, 정작 게임에 들어간 사람은 판을 읽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한자로 적으면 “當局者迷, 傍觀者淸(당국자미, 방관자청)”이다. 게임에 임한 당국자(當局者)가 고수일 경우는 물론 경우가 다를 테다. 게임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 게임을 고집할 때 벌어지는 풍경이겠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우리 정치인들의 경우 아닐까. 곰곰이 되새겨 볼 말이다. 그러나 게임의 이해, 잡다한 욕망을 떠난 시선이 더 그립다. “영예와 굴욕에 놀라지 않으리니, 앞뜰에 피었다 지는 꽃을 바라볼 뿐이다. 가고 옴에 미련을 두지 않으리니, 줄었다가 퍼지는 먼 하늘의 구름을 바라볼 뿐이다(寵辱不驚, 看庭前花開花落. 去留無意, 望天外雲卷雲舒)”. 이런 고요하고 담담한 마음 말이다. 

<한자 풀이>
破 (깨뜨릴 파, 무너질 피): 깨뜨리다, 깨다. 부수다, 파괴하다. 째다, 가르다. 지우다, 패배시키다. (일을)망치다. 쪼개지다. 갈라지다. 흩뜨리다. 다하다, 남김이 없다. 깨짐, 깨는 일.
局 (판 국): 판(장기, 바둑). 마을, 관청. 방, 구분, 구획. 재간, 재능. 당면한 사태. 모임, 회합. 도량. 사물의 끝. 웃는 모양.
迷 (미혹할 미): 미혹하다, 헷갈리다. 헤매다, 길을 잃다. 유혹하다, 어지럽게 하다. 흐릿하다. 빠지다, 심취하다. 혼미하다. 잃다. 
寵 (사랑할 총, 현 이름 룡, 현 이름 용): 사랑하다. 괴다. 교만하다. 높이다. 굄(유난히 귀엽게 여겨 사랑함). 영화. 영예. 은혜. 첩. 성의 하나. 현 이름(룡). 
舒 (펼 서): 펴다, 신장시키다. 퍼지다. 흩다, 흩어지다. 느리다. 게으르다, 태만하다. 천천하다. 편안하다. 나타내다, 드러내다.

<중국어&성어>
当(當)局者迷,旁观(觀)者清 dāng jú zhě mí,páng guān zhě qīng: 뜻은 본문 참조. 많이 사용하는 성어다. 
寵辱不驚, 看庭前花開花落. 去留無意, 望天外雲卷雲舒 chǒng rǔ bù jīng , kàn tíng qián huā kāi huā luò . qù liú wú yì , wàng tiān wài yún juàn yún shū: 풀이는 본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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