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1.28 06:00

동력성능 다소 떨어지지만 풍부한 편의사양·커스터마이징 등 강점도 많아

쌍용자동차 티볼리 아머 기어에디션이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쌍용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도로에 나가보면 하루에도 수많은 티볼리를 만날 수 있다. 그만큼 많이 팔린 인기차종이라는 이야기지만, 유독 티볼리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차량 색깔이 다양한 데다 꾸며진 외장이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실적을 홀로 견인하던 티볼리가 경쟁자 현대차 코나의 등장으로 위기에 빠지자 ‘티볼리 아머 기어 에디션’을 새로 출시해 방어전선을 구축했다. 

쌍용차는 강력한 경쟁상대들을 물리치기 위해 티볼리에 ‘커스터마이징’ 전략을 시도했고, 소비자들은 이에 화답했다. 그 결과 지난달 티볼리와 코나 간 격차는 불과 109대로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이처럼 티볼리가 경쟁자들의 협공에도 굳건하게 지난 2년 간 시장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시승차에 올랐다.

이번에 시승한 티볼리 아머 기어 에디션의 첫 인상은 “화려하고 예쁘다”이다. 마치 BMW 미니의 개성 넘치는 외관을 연상시키는 시승차는 갤럭시 그린이라는 독특한 색상에 후드‧루프에 인상적인 데칼이 들어갔다. 또 아웃사이드미러는 빨간색으로 멋을 냈고, 운전석 문을 열면 티볼리 로고가 그려진 LED도어스커트가 점등돼 바닥에 그려진다. 실내도 퀼팅 가죽시트 등으로 한껏 멋을 부렸다.

외관도 외관이지만 시승차는 소형 SUV급을 뛰어넘는 첨단 사양들을 대거 장착했다. 파워트레인은 1.6L 디젤엔진과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DCT 7단 미션을 내세운 코나보다 다소 밋밋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깊게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장 오른쪽의 'ROCK' 버튼을 누르면 티볼리의 동력이 4바퀴 모두에 균등하게 전달된다. <사진=박경보 기자>

이 티볼리 기어 에디션 시승차는 동급 유일하게 사륜구동을 지원한다. 상시사륜이 아닌 전륜구동 기반이긴 하지만, 다른 경쟁차종은 선택조차 할 수 있는 옵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게다가 후륜 서스펜션도 중형급 이상에 쓰이는 멀티링크가 적용돼 있다. 뿐만 아니라 옵션사양인 스마트드라이빙 패키지도 적용돼 긴급 제동보조 시스템(AEBS),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S), 전방추돌경보시스템(FCWS),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 등의 첨단 안전사양들로 무장해 있었다.

사륜구동 소형 SUV의 성능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도심과 고속도로 환경은 물론이고, 업‧다운힐이 반복되는 와인딩 코스까지 두루두루 주행했다.

티볼리 아머 기어에디션이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서울 북악스카이웨이 와인딩코스를 오르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

티볼리를 타고 우선 서울 도심 최고의 와인딩코스로 각광받는 북악스카이웨이로 향했다. 시승은 부암동주민센터를 출발점으로 정상인 북악팔각정까지 올라갔다 정릉방향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티볼리는 1.6L의 작은 엔진을 가지고 있었지만 급격한 경사의 북악스카이웨이를 오르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티볼리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평소 전륜으로 운영되다가 큰 힘을 필요로 할 때 동력을 후륜에 나눠주는데, 경사로에서 귀에 거슬릴 정도로 커지는 엔진음을 제외하면 무난한 동력성능은 합격점을 줄만 했다. 다만 사륜 홀드버튼을 누르더라도 일정속도(40km/h)가 넘어가면 후륜 동력이 차단되는 점은 아쉬웠다. 소형 SUV 치고 큰 편인 17인치의 휠을 장착했는데도 경사로에서 급제동 시 ABS가 즉각 작동하며 무난히 멈춰섰다.

북악스카이웨이를 빠져나와 서울 한복판 도심으로 향했다. 역시 도심 환경에서도 소형 SUV 체급에 걸맞는 무난한 동력성능을 보여주지만 동급 차종들에 대부분 적용돼 있는 '오토스탑앤고‘ 기능이 빠져있는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이 기능은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정차 시 엔진을 자동으로 멈추는 기능이다. 특히 디젤 차량의 단점인 진동과 소음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티볼리 기어 에디션에는 빠져 있었다.

티볼리 아머 기어에디션은 소비자 입맛대로 자유롭게 데칼을 꾸밀 수 있다. <사진제공=쌍용자동차>

이어 곧장 고속도로로 달려 나가 수원문산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의 하행선 40km 구간을 주행해봤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티볼리 기어에디션의 첨단 기능들이 비로소 운전자를 반겼다. 시승차는 차선을 밟을 때마다 꼬박꼬박 경고음을 냈고, 차선유지보조시스템은 운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알아서 스티어링 휠을 조작했다.

호기심이 생겨 스티어링 휠에서 살짝 손을 떼어봤는데 차선을 따라 자동으로 스티어링 휠이 돌아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차선을 유지하며 주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초보운전자들에게는 최고의 옵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능은 흥미롭지만, 초보운전자가 아닌 이상 쓰지 않아도 될 듯 한 생각도 들었다. 운전자가 원하는 각도와 티볼리가 스스로 꺾는 스티어링 휠의 각도에 차이가 생겨 이질감이 컸기 때문이다. 더불어 긴급 제동보조 시스템도 시험해보고 싶었으나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 하지만 소형급에서 이 같은 안전사양들을 모두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특히 소형 SUV는 여성과 초보운전자들이 ‘첫 차’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더욱 그렇다.

브라운 색상으로 꾸며진 티볼리 아머 기어에디션의 실내. <사진제공=쌍용자동차>

하지만 가속능력은 두고두고 아쉽다. 같은 급의 1.6L 디젤엔진을 탑재한 국산 준중형 세단 대비 거동이 무거운 편이다. 엑셀을 깊게 밟아 RPM(엔진회전수)을 높여도 엔진음만 요란해지는 인상이다. 1.6L의 작은 디젤엔진에다 SUV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답답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정속주행이나 얌전하게 주행할 때는 상대적으로 체감이 덜했다.

티볼리 기어에디션 시승차는 와인딩코스, 도심, 고속도로 등 총 200km 가량을 주행하는 동안 평균연비 11.0km/ℓ를 기록했다. 급가속과 급제동, 업‧다운힐 주행, 고속 주행 등을 반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정상적으로 주행했을 경우 13.9km/ℓ의 공인 복합연비는 무난히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총평

티볼리는 ‘뛰어난 차’는 아니지만 젊은층의 ‘첫 차’로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분히 충족시키는 차다. 올해 10월(8만7261대)까지 쌍용차의 총 판매량 중 티볼리(4만6097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객관적인 파워트레인 성능은 코나에 비해 뒤처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를 뛰어난 디자인과 편의사양으로 만회했다. 특히 기어 에디션의 경우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소비자가 개성에 맞게 차를 꾸밀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특히 이번에 시승한 기어 에디션은 기본가격인 2400만원에서 선택사양들이 잔뜩 추가돼 2850만8000원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던 것만 빼면 정말 ‘탐나는 차’였다.

티볼리 아머 기어에디션의 뒷자리 공간. 생각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사진=박경보 기자>

또 소형급이지만 적재공간과 승객 거주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실제로 뒷좌석에 앉았을 때 크게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특히 풍부한 편의옵션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중형급 이상에서 볼 수 있는 첨단사양들과 마음대로 외관을 꾸밀 수 있는 점이 티볼리 기어 에디션의 최대 장점이다.

티볼리는 첫 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젊은층이나 여성들에게 가장 어울릴 법한 차다. 동력 성능은 다소 부족한 편이지만 일상주행에서는 큰 불편이 없는 만큼, 자동차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고 싶다면 티볼리 아머 기어에디션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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