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5.12.04 09:23

재계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는 기업이 절차적 방어권을 갖기 위해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4일 공정위 절차에 ‘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 제도(Attorney-Client Privilege, 이하 ACP)’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ACP란 재판과정이나 수사과정에서 변호사와 의뢰인 간 각종 의사 교환 내용(문서, 메시지, 이메일 등)의 비밀을 보장(압수·수색·증언 등 거부)하는 제도를 말한다.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단순한 선언적 규정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이 권리가 보장되도록 하는데 의의가 있다.

주요 선진국 ACP도입 현황 (자료 : 전국경제인연합회)

국가마다 규정방식은 다르지만, 미국·EU 등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제도를 소송뿐만 아니라 공정위 절차에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한 예로 1979년 유럽의 공정거래위원회 정도로 볼 수 있는 기관이 AM&S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을 당시, 회사측이 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 특권을 이유로 문서 제출을 거부하자 기관은 다시 제출을 명령했다. 그러자 AM&S사가 불복소송을 제기했고 EU사법재판소는 기관의 명령이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 

우리 헌법에도 기본권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규정(헌법 제12조 4항)되어 있으며 형사소송법에는 변호사의 압수·증언거부권이 명문화되어 있는 등 소송절차에는 ACP가 상당 부분 제도화되어 있다.

한편 준사법기관이나 다름없는 공정위의 조사 절차에는 ACP가 도입돼 있지 않아 기업의 기본권이 보장되지 못하다는 것이 재계의 지적이다. 일반적인 행정기관의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을 법원이 담당하는 것과는 달리 공정위 처분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1심의 역할을 담당하여 스스로 내린 처분의 정당성을 법원과 같은 자격으로 심판한다.

그러나 이와 같이 공정위는 사실상 법원과 검찰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도 그에 상응하는 적법절차 원칙의 적용을 받고 있지 않다. 

전경련 신석훈 기업정책팀장은 “ACP는 공정위의 조사권한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정위와 피조사자 간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조사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더욱 명확히 밝혀낼 수 있도록 해주는 법치국가의 기본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경련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이번에 공정위가 「사건처리 3.0」을 통해 변호사 참여권을 보장하겠다고 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며 "하지만, 여기에 변호사-의뢰인 비밀보호 제도를 함께 규정해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송 본부장은 “향후에 이 제도를 공정위 절차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 등 행정조사 전반에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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