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2.12 17:11

현실성 떨어지는 기술개발 계획으로 '자금 끌어모으기' 의혹도

테슬라모터스의 주력차종인 '모델S' <사진출처=테슬라모터스 홈페이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생산 지연과 재정 악화, 품질 논란 등으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제네럴모터스(GM)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어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자리에 오르기도 했으나 날개를 잃은 듯 끝없는 추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개발자 행사에서 “자율주행용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전 같으면 시장의 호평이 이어졌겠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큰둥한 반응이다.

테슬라에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는 테슬라가 자금난과 생산 지연 등으로 막다른 길에 몰렸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2003년 창사 이래 제대로 흑자를 내본 적이 없다. 테슬라의 적자는 지난 2015년 8억8900만달러, 지난해 6억7500만달러 등 눈덩이처럼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테슬라는 올해 3분기에만 순손실 6억1940만달러를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생산 차질은 더 큰 문제다. 테슬라의 주력차종인 모델S와 모델X는 연간 총 8만여대 밖에 생산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특히 보급형 전기차종인 모델3는 사전예약대수가 약 50만대에 이르지만 정작 생산량은 260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테슬라 차종을 계약했던 글로벌 소비자들의 계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생산 차질이 해결되지 않자 주주들을 테슬라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테슬라의 전기차를 지금 계약해도 내년은 물론 2019년에도 출고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테슬라의 품질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한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공개한 모델3는 형편없었다”며 “차체와 실내 마감재 패널의 단차가 발생하는 등 전반적인 품질이 떨어진다”고 혹평했다.

테슬라모터스의 전기트럭 '세미'의 렌더링 이미지. <사진출처=테슬라모터스>

더불어 테슬라가 최근 공개한 전기트럭 ‘세미’의 현실성에 대해서도 잡음이 꾾이지 않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오로라에너지리서치의 존 페더슨 최고경영자(CEO)는 “전기트럭 ‘테슬라 세미’를 30분간 충전하기 위해 1600KW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일반적인 주택 3000~4000대에 공급되는 양에 맞먹는 큰 수치다. 현재 태슬라가 사용하는 전기차 급속 충전기 ‘슈퍼차저’ 용량의 10배 수준에 달한다.

또 컨설팅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는 “현재 가장 빠른 충전기가 최고 약 450KM 충전을 지원할 수 있다”면서 “테슬라가 원하는 충전 속도를 어떻게 달성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세미는 1회 충전 시 30분 충전 만으로 644km를 갈 수 있다"고 호언장담 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자금이 부족한 테슬라는 그간 차량 개발 계획을 밝힌 후 일종의 투자 형식으로 고객들로부터 사전계약금을 받아 연구개발을 이어왔다. 이 때문에 세미 역시 자금을 끌어 모으기 위해 테슬라가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19년 출시 예정인 세미는 25만달러에 판매되며, 보증금 5000달러를 내면 가계약이 할 수 있다. 이미 월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수십대의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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