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2.18 16:36

명확한 정책 추진과 업계 기술개발로 한국형 전기차산업 육성해야할 때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정부가 18일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5대 신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내용의 ‘새 정부 산업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성이 없어 뜬구름 잡는 ‘구호성 정책’에 지나지 않는 느낌이다. 특히 전기차는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치열한 시장 선점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부나 업계 너나할 것 없이 뒷짐만 지고 있는 모양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보급에 따라 크게 요동치고 있다. 환경 이슈와 맞물려 주요 국가들이 속속 ‘내연기관 퇴출’ 계획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가 2025년부터 전기차만 판매하기로 한데 이어, 영국과 프랑스도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판매 중단한다. 또 독일과 더불어 신흥국인 인도도 2030년부터 전기차만 판매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도 내연기관 판매 중단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주요 정부의 자동차 정책이 전기차로 재편되면서 업계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스웨덴 볼보는 당장 2019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만 출시하고,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전 차종에 전기차 모델을 도입한다. BMW도 2025년까지 25종의 전기차를 추가로 출시하고, 메르세데스-벤츠도 2022년까지 10종의 전기차를 개발한다. 일본 토요타 역시 2050년까지 전 차종을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교체하기로 했다. 중국 베이징차도 2025년 내연기관차 단종후 전기차로 전환한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발 맞춰 최근 우리나라도 국회서 203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물음표만 가득하다. 분명 하겠다고는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가 실종됐다. 전기차 보급을 위한 인프라나 전기차 판매 정책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정부의 전기차 정책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으니 업계도 갈팡질팡하며 시간만 헛 보내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 일렉트릭.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올해 1~9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불과 2만3000여대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 12위 수준으로, 글로벌 순위 5~6위권을 지키고 있는 내연기관 시장보다 크게 뒤처진다. 현대기아차는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최근 2025년까지 친환경차 38종을 확보하겠다는 친환경차 전략을 부랴부랴 발표했지만, 이미 시장 선점은 물 건너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모델은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쏘울EV 단 두종 뿐이다. 이 마저도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200km가 채 되지 않아 쉐보레 볼트 EV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협회장 겸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최근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추세와는 달리 전기차보다 수소차 개발에 주력하면서 전기차 역량이 다소 떨어져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전기차 산업 수준은 주요 선진국 대비 2~3년 뒤처져 있어 이를 극복하려면 한국형 모델을 개발하는 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차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특히 전기차는 미래차의 화두인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등과 긴밀히 연관돼 있어 중요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의 콘트롤타워 부재와 업계 경영진의 판단 착오로 미래를 주도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언제 상용화 될지도 모를 수소차 개발에만 열을 올리고 있고, R&D에 집중적으로 쓰여져야 할 자금 10조원은 부동산 투기로 날아갔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IT와 배터리 등 전기차가 활성화 될 수 있는 기반 산업이 잘 갖춰져 있는 국가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우리가 전기차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려면 출시 계획이나 내연기관 차량금지 등의 맹목적인 구호보다 인프라 구축 등 내실 있는 정책 지원과 공격적인 R&D 투자가 더 중요한 시점이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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