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2.23 12:41

저생산 고비용 구조에 고객들은 ‘흉기차’라며 외면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본사 사옥 전경.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키면서 현대차에 심각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사상 최초로 임단협 연내 타결이 좌절되면서 글로벌 시장 판매부진 등과 함께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현대차에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현대차 노조는 전체 조합원 5만8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부결됐다고 밝혔다. 노조원 88.4%가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과반이 넘는 2만2611명(50.2%)이 반대표를 던져 최종 부결됐다. 기대를 모았던 임단협의 극적인 연내 타결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현대차 노조가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키자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방호랑이’로 전락한 현대차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데다 협력사들의 자금 사정도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노조의 크고 작은 18번의 파업으로 6만2600여대, 1조3000억원 이상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현대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들은 공장 가동률 하락에 따른 매출 감소로 유동성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에 발목을 붙잡힌 현대차의 내년 시계(視界)는 더욱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빠지게 됐다. 현재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 경쟁력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중국과 미국 등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12월 현대차가 내수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판매한 차량 대수는 409만6332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1%나 쪼그라들었다.

현대차가 이처럼 부진한 이유는 경영진의 판단 착오와 노조의 ‘몽니’가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장 겸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소형 SUV 코나는 이미 3년 전에 나왔어야할 차”라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인 전기차 역시 언제 상용화될지도 모를 수소차 개발에 열을 올리다 타이밍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근시안적인 경영 탓에 미래를 주도할 동력을 잃었다는 얘기다.

특히 현대차가 중국 시장의 판매 부진 배경으로 꼽는 ‘사드 보복’ 역시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부진은 사드 보복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며 “경쟁사 대비 떨어지는 상품성과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를 오판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중국은 최근 소득 수준 향상과 두 자녀 정책 허용 등의 영향으로 SUV와 고급차의 수요가 늘고 있지만 현대차는 시장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대차가 중국에 판매하는 15개 차종 중 SUV는 4종뿐이고,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중국에 투입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의 고질적인 노조 문제도 실적 개선의 걸림돌로 꼽힌다. 김 교수는 “노조가 경영권까지 관여하는 사례는 현대차 뿐”이라며 “현대차 노조는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전혀 대변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자동차 생산직 노동자의 1인당 평균 임금은 평균 96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토요타의 9104만원, 독일 폭스바겐의 8040만원 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오히려 생산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현대차의 자동차 1대당 생산투입시간(HPV)은 26.8시간으로, 24.1시간의 토요타와 폭스바겐의 23.4시간 보다 길다. 전형적인 저생산 고비용 구조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땅에 떨어진 소비자 신뢰 문제도 현대차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국내 현대차 동호회들을 중심으로 ‘안티 현대’ 정서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아반떼, 코나, 싼타페 등 현대차 주력차종의 온라인 동호회에는 GDI(직분사)엔진의 내구성과 철판 부식, 에어백 미작동, 급발진 등의 품질 문제와 무조건 고객 탓으로 떠넘기는 A/S 구조를 성토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비하하는 ‘흉기차’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현대차는 존경은 커녕 손가락질 받는 기업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이에 김 교수는 “적기 신차 출시와 마케팅 전략, 품질 개선 등 삼박자가 맞아야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노조 문제 해결과 더불어 경쟁차종과 맞설 수 있는 높은 상품성을 갖추는 데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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