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2.26 15:25

현대차 이어 기아차·한국지엠도 평행선... 연내타결 물건너가

현대자동차 노조 조합원들이 울산 사업장에서 사측과의 임단협을 벌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출처=현대차동차 노조 홈페이지>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는 등 국내 자동차산업에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현대차 뿐만 아니라 기아차와 한국지엠도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임단협 교섭에 난항을 겪으면서 업계 전체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2일 5만여명의 모든 조합원을 대상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무려 50.24%(2만2611명)의 반대표로 결국 부결됐다. 극적인 연내 타결에 기대감이 모아졌으나 막판에 어그러졌다.

노조가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킨 이유는 핵심쟁점이었던 ‘임금’ 때문이다. 노사는 지난 19일 37차 본교섭에서 임금과 성과금 인상 자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양측은 기존 노조의 주장인 15만4883원보다 약 10만원가량 적은 5만8000원에 기본급 인상을 합의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내용에 불만을 품은 노조 조합원들이 찬반투표에서 부결표를 던지면서 결국 임단협은 연내 타결 문턱에서 좌절됐다.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킨 현대차 노조는 해를 넘겨 내년 1월말쯤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26일 교섭 관련 회의를 열고 향후 파업 등 세부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같은 처지인 한국지엠과 현대차 역시 임단협 연내 타결이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와 한국지엠이 임단협 교섭을 다음해로 넘기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는 ‘형님뻘’ 기업인데다 금속노조는 특성상 다른 기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현대차가 임단협 타결에 실패한만큼 기아차나 한국지엠도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26일부터 말일까지 전체 휴업에 들어간 한국지엠의 임단협 연내 타결 무산은 기정사실화 됐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21일 24차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렇다 할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교섭이 진척되지 않자 노조는 1월 2일부터 5일까지 총파업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노조는 회사 사정을 감안해 지난 7월 사측이 건넸던 임단협 제시안을 최근 받아들였다. 하지만 사측은 극심한 실적 부진을 이유로 노조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월 당시보다 경영상황이 더 악화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기아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금 15만4833원 인상을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5만5500원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측은 올해 통상임금 소송에 패소해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27일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김 교수는 “임단협이 해를 넘기면 예산 편성 문제 때문에 경영에 큰 차질이 생긴다”며 “특히 제품 생산에 집중할 수 없어 품질이 떨어지고, 결국 노조문제는 자동차 산업 전체를 헐겁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이번에 새로 뽑힌 강성 성향의 지도부이기 때문에 재신임 투표 등의 사태가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올해와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매년이 아닌 2~3년 단위로 협상 테이블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봐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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