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2.27 07:00

울산시, 평균연봉 1위지만 양극화도 최악… 노조 몽니에 협력사만 죽어난다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6억3977만원 대 1000만원. 현대차 공장이 있는 울산의 씁쓸한 단면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위기에 놓인 협력사를 외면한 명분 잃은 ‘투쟁’ 소리만 가득하다.

울산 근로자의 평균연봉은 4112만원. 전국 유일하게 4000만원대를 넘어서며 단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처참하기 짝이 없다. 평균연봉이 가장 높은 만큼 양극화도 가장 심하기 때문이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표한 ‘근로소득자 연말정산 결과 총급여 천분위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울산의 근로소득 상위 0.1%의 평균연봉은 6억3977만원에 달하는데 전체 근로소득자의 17.2%는 연봉 1000만원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격차가 가장 크다는 뜻이다.

1인당 평균연봉이 약 1억원에 육박한다는 현대차 노조는 “임금인상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어렵게 이끌어낸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걷어차 버렸다. 덕분에 현대차는 올해 18차례 노조 파업으로 6만2600여대, 1조3100억여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사실 걱정은 현대차가 아니다. 현대차가 짊어지고 있는 수천여개의 1~3차 협력업체들은 당장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파업 장기화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 매출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장이 멈춰서고 차량 생산량이 줄어들면 영세한 중소 협력사들엔 그야말로 직격탄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소형 SUV 코나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뿐만 아니라 현대차 노조는 협상과정에서 중소업체의 부족한 일감마저도 빼앗으려 하는 등 도저히 납득할 수 행태를 보였다.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과정에서 협력사의 생산부품을 자신들의 공장에서 생산해야한다고 ‘몽니’를 부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부영 현대차노조 지부장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면 프로필 글에 “함께 갈라먹자, 너와 너, 모두가 함께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의 정의가 존중되는 세상을 만들자”라는 글과 함께 ‘녹두장군’ 전봉준의 사진을 올렸다. 겉으론 “모두가 함께 갈라먹자”고 소리치는데 실상은 ‘내 밥그릇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는 귀족노조의 심각한 자기 모순이다.

전봉준은 조선 말기 전제정권과 탐관오리의 부패에 저항해 동학농민운동을 주도했던 혁명가였다. 하 지부장이 전봉준과 같은 ‘혁명가’가 되려고 했다면 월급 10만원 더 받자고 구호를 외칠 게 아니라 춥고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는 1~3차 협력사와 ‘함께 갈라먹을’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 노조의 도를 넘은 요구는 결국 스스로 일자리를 잃게 만드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에 부담을 느낀 사측이 점차 국내 생산량을 줄이고 해외 생산량을 높여갈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일본 토요타, 독일 폭스바겐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사보다 연봉은 1000만원 더 많은데 생산량은 30%나 낮다. 전형적인 고비용 저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공장 이전이 정답이라는 이야기다.

현대차의 공장 해외 이전은 노조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수십만 명의 협력사 직원들을 길거리에 나앉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도 지금보다 훨씬 비싼 값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차를 구매해야할지도 모른다. 공생이 없는 이기적인 구호는 결국 공멸로 가는 지름길이란 점을 현대차 노조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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