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2.28 16:34

판매 부진에 순환출자 해소, 노사갈등 등 “출구 안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사옥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올해 극심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창립 50주년을 행사 없이 조용히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 판매 부진, 노사갈등, 공정위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까지 다양한 악재가 겹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창립 50주년을 맞는 29일에 기념식이나 경영진 축사 발표 없이 조용히 생산공장만 쉴 것으로 보인다. 발목 잡는 악재들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속 편하게 웃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심각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총 377만6661대를 글로벌 시장에 수출했다. 그러나 올해는 같은 기간 346만754대 수출하는데 그쳐 8.3%나 수출량이 급감했다.

특히 핵심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부진이 뼈아프다. 현대차는 올해 1~11월 중국시장에서 66만4368대 판매해 전년 대비 33.3%나 감소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12.7% 줄어든 62만1961대에 그쳤다. 현대차의 가격경쟁력과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일본차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회사에 시장을 뺏긴 탓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차의 노사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7일 오후 늦게까지 41차 임단협 본교섭을 벌였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임단협 교섭은 사상 최초로 해를 넘기게 됐다. 이날 노조는 "회사 측의 제시안에 임금성 제시가 전혀 없었다"며 결렬 이유를 밝혔다. 노조는 다음 달 3월 중앙쟁의대책위를 통해 향후 일정을 결정하기로 했는데, 이 자리에서 총 파업을 결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노조의 파업으로 현대차는 6만2600여대, 1조3100억여원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산됐다.

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구한 지배구조 개혁의 데드라인도 다가오면서 현대차는 더 큰 고민에 빠졌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 직후 “순환출자가 총수 일가 지배권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은 현대차그룹 뿐”이라고 지적했지만 현대차는 여전히 복지부동인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들이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어 꾸준히 지배구조 개혁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김 위원장은 당시 “(현대차가 개혁에) 좀 더 속도감 있게 변화해 주길 간곡히 당부한다”며 12월을 자발적 개혁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12월 말인 현재까지 이렇다 할 개혁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직접 처방을 내릴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자동차산업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가 1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던 과거 실적에 얽매여 자만심에 빠진 듯 하다”며 “미국시장은 픽업트럭이 대세지만 아직도 현대차의 미국 라인업은 승용차 위주”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등을 위해선 판매 인센티브와 신차종 확대가 필수적이지만 여건상 어렵다고 본다”며 “미래차산업의 핵심인 자율주행 기술 확보도 늦어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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