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경보 기자
  • 입력 2017.12.28 17:18

현대차 집중교섭 의견 못좁히고 결렬...기아·한국지엠도 해 넘겨

현대자동차의 소형 SUV 코나가 울산공장에서 조립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뉴스웍스=박경보 기자]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지엠은 나란히 노사 간 임단협 협상을 해를 넘겨 진행하게 됐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계의 협력사들을 비롯해 자동차산업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7일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41차(노조 기준) 임단협 본교섭을 진행했으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끝내 결렬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 노사는 창립 이후 사상 최초로 임단협이 해를 넘기게 됐다. 노조는 다음달 3일 모든 특근을 거부하고 중앙쟁의대책위를 통해 향후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노사 양측은 핵심쟁점인 ‘임금 인상’을 놓고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와 같은 계열사인 기아차 역시 임단협 연내 타결에 실패했다. 기아차가 연내에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은 역대 3번째다. 기아차 노사는 28일 광명 소하리 공장에서 25차 본 교섭을 진행했지만 협상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 27일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선 데 이어 합의 실패에 따라 29일에도 조별 6시간 부분파업을 나선다. 기아차 노조는 사측으의 임금 제시안이 현대차보다 적어 합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가장 좋지 않은 한국지엠 역시 새해부터 다시 노사 간 임단협 교섭에 나선다. 이미 한국지엠은 이번 주 말일까지 휴무에 돌입했기 때문에 연내에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서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21일 24차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렇다 할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교섭이 진척되지 않자 노조는 1월 2일부터 5일까지 총파업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임한택 지부장은 20일부터 단식 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는 회사 사정을 감안해 지난 7월 사측이 건넸던 임단협 제시안을 최근 받아들였다. 하지만 사측은 극심한 실적 부진을 이유로 노조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월 당시보다 경영상황이 더 악화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이렇듯 완성차업계의 노사갈등과 파업이 잇따르자 정작 시름이 깊어지는 건 1~3차 협력사들이다. 자동차 생산공장이 멈춰서면 부품을 제조하는 협력사들도 일손을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열악한 재정의 중소 협력사들은 제품 생산라인이 멈춰서면 존립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에 빠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노조 파업이 지속되자 현대기아차의 1~2차 협력사협의회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의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협의회는 "노조가 3~4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일 때 협력사는 생산라인이 중단돼 일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대기아차 노조보다) 더 열악하고 힘든 근로환경에 있는 협력사 근로자들의 고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저생산 고비용 구조는 심각한 문제”라며 “노조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교섭과 파업이 장기화 될수록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와 협력사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현대차 노조는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며 “현대차 노조의 행태로 앞으로 해외공장 생산량이 늘고 국내 일자리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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