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길기자
  • 입력 2017.12.28 17:44
박병원 경총 회장

친애하는 경영자, 그리고 근로자 여러분!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는 전국의 모든 경영자와 근로자가 힘을 모아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난 해 우리는 헌정사에 유례없는 조기 대선을 비롯해 북핵 리스크, 포항 지진, 한중 사드 갈등 등 경제 외적인 어려움이 중첩되는 속에서, 세계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수출이 호조를 보인 덕분에 거시지표 면에서 경제가 호전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새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 면에서 보면 개선의 조짐이 없습니다. 2017년 11월 공식 청년실업률은 9.2%로 동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한 가운데, 취업준비생 등을 감안한 청년층이 느끼는 체감 실업률도 21.4%에 달하였습니다. 이는 104만 명의 청년이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일자리는 모름지기 기업이 투자를 할 때 생깁니다. 그리고 개인도 기업도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설 때만 투자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도, 심지어는 국민연금도 투자자금을 공급하지 않습니다. 또 기업은 경쟁력이 있을 때만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내수만 보면 거의 모든 산업이 공급과잉, 과당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문제를 수출로 해결해 오던 제조업에서 이제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직 경쟁력이 있다는 반도체도 2~3년이 고작일 거라고 합니다. 첨단산업에서 뿐만 아닙니다. 기능올림픽에서 거의 2배 차이로 만년 1등자리를 중국에게 넘겨 준 것은 제조업 경쟁력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서비스산업의 혁신에서도 중국이 추격을 시작했고, 소위 인공지능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전선에서는 처음부터 중국에 뒤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스스로를 자승자박하는 과잉규제 때문이라는 것이 더욱 아픕니다.

지금 허용되어 있는 사업들은 대부분 공급과잉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런 분야의 창업이나 투자는 제로 섬 게임이 되기 쉽고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하지 못 했던 사업에서 투자를 일으켜야 고용창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규제혁파 없이는 일자리 창출도 없습니다. 과거 모든 정부가 규제혁파를, 네거티브 규제를 약속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그 결과 신성장동력 창출과 일자리 만들기에 실패한 것을 치열하게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법을 고치지 않고도 가능한 규제완화라도 해 보자는 경제부총리의 말씀이 절규로 느껴집니다. 이해는 갑니다마는 그 정도로는 안 됩니다. 적어도 ‘중국에서 가능한 것은 무엇이든 한국에서도 가능하게 하겠다’라는 수준의 규제혁파를 해 내야 합니다. 경제부총리 혼자 애쓴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대통령과 여당의 강력한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소득 주도의 성장, 혁신성장도 좋지만 투자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별로 혁신적이 아니라도 가리지 않고 다 가능하게 하는 무차별 투자성장 전략이 필요합니다. 산악관광 인프라 확충, 수출농업을 구현할 스마트 팜,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병원 투자 등이 아마도 첨단산업보다 더 빨리,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아울러 투자 주체가 창업청년이든, 벤처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가리지 말아야 합니다. 도저히 안 되면 국영기업을 만들어서라도 새로운 수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투자가 이루어지게 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많은 산업들이 처음에는 정부 투자에 의한 국영기업으로 시작한 바 있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오랜 기간 꾸준한 기술개발 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은 물론, 별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라도 규모가 큰 사업들은 타당성 분석, 자금조달, 토지 확보, 인허가, 설계, 시공 등을 거쳐 실제 일자리가 생길 때까지는 긴 시간이 걸립니다. 지금 착수해도 현 정부 임기 중에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전국의 경영자와 근로자 여러분!

규제개혁은 노동시장에서도 필요합니다. 경직적인 노동시장 규제의 일차적 피해자는 미취업청년과 영세기업의 근로자들입니다. 기업이나 경영자의 입장을 생각해 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미취업자나 취업자라도 근로조건이 열악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노동시장 개혁이라도 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면 현안인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근로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할 경우 초과근무를 많이 하는 근로자는 소득이 15.2% 감소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임금수준이 높지 않은 근로자들이 이런 소득 감소를 감내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노사가 협의해서 근로자의 소득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속도로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좀 더 탄력적으로 허용해도 좋지 않을까요?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에 한해서” 조금 더 융통성을 발휘하면 안 되는 것일까요? 노동계의 용단을 기대합니다.

경영자 여러분!

우리 경영자들도 급격한 상황변화에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법을 고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규제 완화부터라도 해 보자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해서도 법을 고치지 않고서라도 할 수 있는 일부터 우리 스스로 실천에 옮기자는 말입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일들을 지금부터라도 바로 잡자는 것입니다.

경직적 호봉제를 탈피하고 직무, 성과에 입각한 임금체계로의 개편은 고령자고용촉진법 제19조의 2가 “하여야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부터 실천해야 합니다. 2016년 기준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37.1%가 호봉제를 완전히 탈피했습니다. 이들이 할 수 있었으니 다른 기업들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합니다.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는 상여금, 현물급여 비중을 늘려서 연봉 4,000만원이 넘는 최저임금 적용대상자가 생기게 한 데는 경영자들도 책임이 없지 않습니다. 본회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률이 개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마는 경영자들 스스로도 노력해야 합니다. 상여금이나 수당을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해서 통상임금 판결을 자초한 것도 마찬가지로 경영자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이런 일은 앞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노조와 합의를 하고 정부도 양해한 일인데 이럴 수 있냐고 통탄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이제 근로시간은 더 단축될 것이고, 정년도 더 늘어날 것이며, 최저임금도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전제하고 인력 운용을 해야 할 것입니다. 상여금은 반드시 탄력적으로 지급하고 임금체계를 직무 ·성과 중심으로 개편해 나가야 합니다.

전국의 경영자와 근로자 여러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노동시장에도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공장노동으로 대변되는 제조업에서 일반적이었던 근로방식에 기초한 경직적, 획일적인 노동법제로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근로 형태나 노사관계를 규율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생산라인이나 사무실에서 머무는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근로계약 당사자가 합의된 기한 내에 합의된 특정 업무를 완수하는 것, 다시 말하면 근로제공의 질이나 결과가 근로계약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여 노동 관련 법제를 다양한 근로제공의 방식에 따라 다양한 규율이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업종별, 사업장별 특성이 반영되고 개별 근로자의 다양한 선택을 허용하는 근로계약제도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경총은 산업구조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걸맞는 미래지향적인 노동법과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조사연구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미 2년째 역점을 두고 있는 직무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은 근로자 간의 공정성 제고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디지털, 모바일 근로환경이 고도화됨에 따라 필요하게 될 합리적인 노동 법제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전국의 경영자와 근로자 여러분!

2018년 무술년은 ‘황금개’의 해입니다. 황금색을 의미하는 ‘무(戊)’는 최고의 가치를, 개를 의미하는 ‘술(戌)’은 화합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모쪼록 올해는 모든 노사정 모두의 화합된 힘을 모아 우리에게 최고의 가치인 청년 일자리 창출에 큰 진전을 이루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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