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재필기자
  • 입력 2015.12.07 15:58

지난해 4만4586 가구로 사상 최대…청년층 '6차산업' 선도

귀농·귀촌이 청년 실업 해소 방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08년 2200가구에 불과했던 귀농·귀촌 가구는 지난해 4만4000가구를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20~40대의 젊은 세대가 '창농'(創農·창조농업 및 농촌창업)을 이끌고 있다. '6차산업'으로 주목 받는 창농의 현 주소를 살펴봤다.<편집자 주>

# 외국계 회사를 다니던 유명한(가명·38)씨는 2년전 직장을 그만뒀다. 누구보다 바쁜 삶을 살고 있지만 10년 뒤의 자신의 위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게다가 사교육과 시험성적에 목매는 '전투'적 도시생활을 아이들이 경험하는 게 싫었다. 그와 아내는 고심 끝에 귀촌을 결심했다. 유씨 부부는 정부 지원사업과 귀촌 경험 등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서 공부했다. 농어업인을 위한 창업지원과 대출 등 다양한 정부지원이 있었지만, 무턱대고 창농을 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크다는 것을 알았다. 유씨 부부는 2년간의 준비 끝에 현재 유기농 농작물과 관련한 창농을 준비하고 있다.

귀농·귀촌 인구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지난해 무려 4만4586가구가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농촌으로 향했다. 사상 최대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귀농·귀촌 가구수는 2011년 1만 가구를 돌파한 뒤 2012년 2만7008가구, 2013년 3만2424가구 등으로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눈에 띄는 점은 비교적 젊은 세대의 귀농·귀촌 움직임이다. 지난해 가구주가 40대 이하인 귀농·귀촌 가구는 1만7611가구였다. 2013년 1만2318가구보다 43.0% 급증했다. 이는 모든 연령대중 가장 높은 수치다. 귀농·귀촌 가구 평균 증가율(37.5%)보다도 높다.

 

이석무 '(주)젊은 농부들' 대표. '블루베리'를 가공·관광·체험 등과 접목, 6차산업의새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또 국내 최초 농장 체험과 캠핑을 결합시킨 ‘팜핑’을 개발, 농촌과 도시의 교두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농촌으로 떠나는 젊은 세대…지난해 1만7611가구

젊은 층의 귀농·귀촌은 신사업 활성화와 노화한 농촌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1석 2조의 효과를 가져 온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농업(1차산업)에 제조업(2차산업)과 서비스업(3차산업)을 결합시킨 '6차산업' 분야에서 청년 창업자들의 성공은 괄목할 만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6차산업 창업자 10명 중 3명이 넘는 34.9%가 20~40대 청년층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부모가 농사를 짓고 청년층이 여기에 아이디어를 결합해 6차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경우가 많았다"며 "농업의 6차산업화야말로 청년을 다시 농촌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6차산업 인증제도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농업 생산물을 가공해 2차 생산물을 만들거나, 관광 등 서비스업을 결합한 사업체는 2년 이상 매출액을 제시하면 인증 대상이 된다. 인증을 받게 되면 지방자치단체별로 설치된 6차산업 생산물 안테나숍에 입점하는 등 판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경기 양평군에서 체험시설을 운영하는 '외갓집체험마을'의 김주현(48) 대표가 대표적 사례다. 외갓집체험마을은 뗏목 타기, 황토 머드팩, 맨손으로 송어 잡기, 숯불 바비큐, 옥수수 따기, 수박 서리, 인절미 만들기, 딸기 체험 등 융·복합적 농촌문화 놀이공간이다. 이곳엔 시골에서 해볼 수 있는 일이 다 있다. 농장 체험, 천렵, 물놀이 등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온 아이들로 북적인다.

김 대표는 "도시인들에게 농촌은 경험해보지 못한, 그냥 스쳐지나가는 곳이라는 생각에 외가에 놀러간 듯한 분위기의 체험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며 "정부지원으로 규모를 늘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는 유명 연예인들이 다녀갈 정도로 지역 명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농업은 6차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6차산업으로서의 농촌은 개발할 먹거리가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이라고 말했다.

◆나이 든 농촌에 활기 불어넣는 2세대 

6차산업 사업체를 운영하는 청년 중 상당수는 농촌에 연고를 두고 있다. 가업인 농업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태 농촌에서 창업을 하는 경우다. 이 경우 점점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농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 사례가 경북 안동에서 마를 재배하는 ‘부용농산’이다. 유화성 대표(32)를 포함한 6명의 조합원은 2004년 법인을 만들었다. 평균연령 35세인 이들은 고향인 안동이 100여 년 전부터 마 주산지로 유명하다는 점에 착안해 마를 본격적으로 재배하고 상품화하는 것을 목표로 영농조합을 만들었다. 농사만 짓던 단계를 벗어나 2009년 가공시설을 만들고 직접 마 분말과 즙, 차 등의 2차 가공제품을 만들었다. 지난해 연매출 93억원, 정규직 고용 인원이 47명에 달한다. 유 대표는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바뀌는 환경에 쉽게 적응하는 것이 젊은 농부들의 경쟁력”이라며 “여기에 어르신들의 농업 경험을 더한 것이 6차산업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귀농·귀촌 인구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농촌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는 농촌에 새로운 인구, 그것도 젊은층의 유입은 말 그대로 새로운 활력소다. 농촌지역으로의 인구 유입은 인구 감소세를 완화하고 사회·경제적 역동성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 화성시농산물유통사업단 임경수 이사장은 "귀농·귀촌 정책을 단순히 인구 이동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농촌공동체 형성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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